[여의도포럼-조영태] 지방소멸, 농업특목고가 답이다 기사의 사진
긴 추석 연휴가 지났다. 많은 분들이 추석 명절을 쇠러 혹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여행을 위해 오랜만에 도시를 떠나 우리의 시골을 보셨을 거다. 필자도 추석 차례를 지내기 위해 강원도를 가면서 국도변의 시골 풍경을 오랜만에 만끽했다. 시골에서는 살아본 적도 없지만 추수가 잘된 논을 보며 푸근함을 느끼는 것은 이곳이 내가 사는 데 반드시 필요한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 근원이기 때문이었을까.

시골 마을을 보면서 두 가지가 눈에 띄었다. 하나는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로 적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분들의 연령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최근 지방 소멸에 대한 보도를 많이 하던데 실감이 났다. 그런데 두 가지 의문이 생겼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이렇게 적은데도 5000만이나 되는 국민들의 먹거리를 모두 만들어 내는 데 문제가 없을까. 또 어림짐작해도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70세가 넘어 보이는데, 10년이 지나면 누가 이 사람들을 대신해서 국민들의 먹거리를 만들어 낼까.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농림어업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약 120만명이다. 그중 70대가 약 30%를 구성하고 있고 60세 이상으로 보면 거의 절반이다. 이렇게 고령화되었고 그 수가 많지도 않은데도 국민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농업 기술이 많이 발전했고 고령이지만 농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10년 뒤부터다. 아무리 농업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없으면 허사다. 앞으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고령 농부들이 일을 못하게 되면 젊은 사람들로 대체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10년 뒤 먹거리 가격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이고, 해외 의존도도 훨씬 커질 것이다.

어떻게 하면 농촌 인구를 젊게 만들고 10년 뒤에 먹거리 가격이 크게 높아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까. 해답은 수준 높은 농업특목고에 있다. 인구가 젊어지기 위해서는 어린 인구가 농촌에서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 시작이 양질의 농업특목고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소위 농고라고 불리는 고등학교가 거의 사라졌다. 있어도 일반고등학교에 비해 여러모로 못하다.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에 살고 있는 중학생들에게도 농고는 선호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바꾸지 않고 어떻게 농촌이 젊어지길 기대할 수 있겠는가.

농림수산식품부와 교육부 그리고 지방정부는 학생과 부모들로부터 일반고등학교 진학보다 먼저 선호되는 농업특목고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이 특목고는 대학 진학을 위해 가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신에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농업 기술과 산업을 이끌 수 있는 농업인재를 제대로 양성해야 한다. 교육과정도 농기술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을 기반으로 하되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교육 내용도 현재 농고의 수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좋아야 한다. 거기에 네덜란드와 같은 농업 선진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 개발도상국의 농업 현실도 배울 수 있도록 해외 견학의 기회도 줘야 한다. 또 이 학교를 졸업하면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과 자원도 제공해야 한다. 농업은 기본적으로 땅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부모가 농업에 종사하는 학생이라면 모를까 도시에서 농업특목고에 진학한 학생이 땅 없이 졸업 후에 농업에 뛰어들 수 없다. 그러므로 졸업 후에 대학에 진학하기보다 바로 3년간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는 땅과 자원이 주어져야 한다.

그것도 한번에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성공하도록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한 3번은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실패를 해야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농업특목고를 졸업하고 한 5년간 실패도 성공도 해본 다음에 본인이 더 공부하기를 원하면 그때 가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도 준다. 대학에서는 이 학생들의 수능점수와 고등학교 때 성적이 아니라 농업특목고 졸업 이후 실제 땅에서 맛본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바탕으로 입학을 허가한다.

이쯤 돼야 젊은 인구의 농촌과 지방으로의 유입이 가능하다. 농업에 종사하는 젊은 인구가 하나둘씩 늘어나면 이들의 삶을 지원할 수 있는 은행, 도서관, 병원 등의 배후시설도 함께 늘고, 그것이 또 다른 젊은 인구를 농촌으로 불러들일 것이다. 인구가 소멸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농업특목고를 심각하게 고려하길 기대한다.

조영태(서울대 교수·보건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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