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대학생들 종교 무관심… 공의와 사회적 책임으로 공감을”

‘빙하기 캠퍼스 선교 진단과 활로’ 전문 사역자에게 듣는다

“바쁜 대학생들 종교 무관심… 공의와 사회적 책임으로 공감을” 기사의 사진
캠퍼스 선교 전문가들이 지난 2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학교에서 캠퍼스 선교 활로 모색을 위한 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유준(연세대) 석종준(서울대) 박정우(광운대) 캠퍼스 선교사. 강민석 선임기자
‘캠퍼스 선교 위기’ 담론은 2000년대 초반에 등장했다. 하지만 아직도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전도에 대한 거부감, 선교단체 활동 위축, 이단·사이비 득세 등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국민일보는 캠퍼스 선교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2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학교에서 긴급 좌담을 가졌다. 김유준(서울 은진교회·연세대), 석종준(전 서울대학교회 담임·서울대), 박정우(광운대선교회·광운대) 목사 등 15년차 이상 캠퍼스 선교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캠퍼스 선교의 위기를 어떻게 체감하고 있나.

△석종준 목사=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서로 종교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교회 얘기 꺼내면 이상한 사람 되는 분위기다. 무신론적 사상을 배경으로 한 ‘프리싱커즈’라는 동아리가 전도거부 카드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이에 적극 호응하는 학생도 많다.

△김유준 목사=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보니 선교단체뿐만 아니라 동아리 활동 자체가 위축됐다. 고시나 취업, 댄스나 자전거 등 구직·취미 위주 동아리 정도만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선교단체 활동은 사치가 됐다.

△박정우 목사=광운대는 매년 5월 ‘예수대행진’이라는 행사를 한다. 그런데 2011년부터 이 모임이 부담스럽다는 선교단체가 생기기 시작했다. 150여명이 참석하던 모임이 50여명 규모로 줄었다. 11월마다 열리던 ‘찬양의 밤’ 행사의 참석 인원도 크게 줄어 10여년 전에 비해 3분의 1 규모로 축소됐다.

-한때 캠퍼스 선교의 주축이었던 선교단체들이 부진에 빠진 이유는.

△석 목사=학생들이 너무 바쁘다고 하더라. 선교단체에 들어가면 제자훈련에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데, 바쁘다 보니 단체 가입 자체를 꺼리게 된다. 교회 중·고등부가 무너진 영향도 있다. 90년대까진 중·고등부 생활을 통해 신앙을 갖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선교단체에 투신했다. 하지만 주일학교 인원이 감소하면서 캠퍼스 선교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김 목사=수십 년 전부터 이어진 선교단체 1세대들의 캠퍼스 선교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략의 부재 탓도 있다. ‘전도-훈련-파송’이라는 제자훈련의 기본 틀은 더 이상 선교단체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선교단체들이 새로운 영적 도전을 시도해 기성 교회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박 목사=복음주의자라면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개인전도와 사회선교가 모두 중요하다’고 선포한 로잔언약의 정신을 강조해야 한다.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임과 개인 구원은 함께 가야 할 복음의 양 날개다. 하지만 선교단체들이 캠퍼스에서 이걸 균형 있게 잘 가져가지 못하고 실패했다.

-사회 선교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김 목사=그동안 성장 중심의 번영 신앙이 주류를 이뤘다. 지금 학교에서 맡고 있는 기독교의 이해 수업을 통해 희년(禧年) 사상이나 하나님의 공의를 강조한다. 학생들이 기독교에 그런 내용도 있냐고 놀라더라. 한 학기 지나면 수업을 들은 비신자 학생 상당수가 예수님을 영접한다. 사회 선교와 사회참여적 영성을 강조하고 성경적 대안을 보여준 결과다. 학생들이 ‘기독교 안에 저런 게 있구나’ 하고 깨닫는 것이다.

△석 목사=교회론에는 크게 ‘방주형 교회’와 ‘하나님나라 운동형 교회’ 두 가지가 있다. 방주형 교회는 개인 전도를 강조해 보수 진영에서 선호하고 하나님 나라 운동형 교회는 사회 참여에 적극적이라 진보 진영에서 강조했다. 그동안 한국교회 주류는 방주형 교회에 가까웠다. 캠퍼스에 와 있는 선교단체들도 균형을 잡지 못하고 고립되면서 ‘게토화’됐다.

-최근 캠퍼스 선교에서 새롭게 등장한 변수는 무엇인가.

△석 목사=대학교회가 10년 전부터 등장했다. 하나님이 대학교회를 통해 이루시고자 하는 새 소명이 있다고 본다. 지역교회는 사실 캠퍼스 사역에 한계가 있다. 1차적인 사역의 대상이 교인들이기 때문이다. 대학교회는 캠퍼스 선교를 위한 복음의 진지가 될 수 있다.

캠퍼스 선교 주체도 다양해졌다. 서로 안 맞는 상황이 생겨도 열매를 거두기 위해 각자 가진 장점을 잘 활용해 유기적 연합을 하는 게 필수적이다. 또 교수회가 캠퍼스 선교에서 중요한 주체로 등장했다.

△박 목사=최근 광운대 기독교수·직원회 개강예배를 드렸다. 이때 캠퍼스 선교의 주도적인 역할과 책임을 교직원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얘기를 나눴다. 또 다른 변화는 캠퍼스의 외국인 유학생 급증이다. 대학교가 다문화선교사역의 최전방이 됐다. 10여년 전 1만∼2만명 수준이던 외국인 유학생이 지난해 10만명을 넘어섰다.

△김 목사=신천지나 하나님의교회 등 이단·사이비단체가 캠퍼스를 휘젓고 있다. 기독교인끼리도 불신이 커졌다. 캠퍼스에서 이단·사이비가 선교단체 활동을 위축시키고 기독교에 대한 신뢰를 붕괴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음으로 캠퍼스 선교 주체가 다양해졌다. 연세대는 단과별 기도모임이 새로운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한계는 지도하는 목사나 간사가 없어 이단이 틈타 침투하면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캠퍼스 선교 해법은 무엇인가. 대안을 제시해주면 좋겠다.

△석 목사=기독 교수·직원, 기독 학생, 전문 목회자(캠퍼스 선교사나 지역교회 목사)가 삼각 축을 이뤄야 한다. 서로 대등한 협력 주체로서 캠퍼스 선교를 감당해야 한다. 교직원들은 캠퍼스에 오래 머무는 만큼 장기적인 전략을 고민하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사역을 주도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전문 목회자들은 이단을 분별하는 등 신학적 안내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

△박 목사=지역교회들과 협력할 필요성도 있다. 매년 11월 대학 수시모집 때 신입생들이 대거 캠퍼스를 찾는다. 이때 지역교회가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과 부모님들이 하루 머무를 수 있는 숙소를 제공하며 봉사할 수 있다. 안심하고 갈 수 있는 지역교회를 소개하는 일도 필요하다. 유학생들 가운데 희망자를 지역교회 청년부수련회에 초대해 복음을 소개하는 일도 지역교회와 함께 펼칠 수 있다.

△김 목사= 캠퍼스 선교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조직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선교단체들이 연합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모임에 사람을 뺏긴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하나는 기독인 교수들이 수업이나 사회봉사를 통해 기독교적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하는 것이다. 기독교 계열 기업에서 인턴십 과정을 거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거나 해외봉사를 통해 학점을 따게 할 수 있다. 공신력 있는 루트를 통해 복음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진행·정리=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사진= 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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