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종교인 과세, 왜 유예를 이야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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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2015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수십년 논란을 빚어온 종교인 과세에 대해 방침을 확정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돼야 하므로 남은 기간은 2개월 정도다. 최근 과세 책임자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각 종교단체 대표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과세 분위기를 띄우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천주교나 불교, 심지어 일부 진보 개신교 대표들까지 과세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는 터라 과세 유예를 요구하는 개신교에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종교인 과세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목소리는, 무엇보다도 이미 2년의 시행 유예기간을 줬는데 또다시 유예한다는 것은 법 시행 자체를 보류시키려는 꼼수라는 의심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러한 싸늘한 여론 속에서도 왜 과세 유예를 이야기해야 하는지 하나씩 짚어 보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드문 다종교 국가이면서 종교 간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종교가 혼란한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그 이면에는 국가와 교회는 엄격하게 분리돼야 하며, 상호 영역을 존중하고 침해해선 안 된다는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이 버팀목이 됐다. 그런데 종교인 과세는 종교와 국가의 분리된 영역을 세금이라는 수단으로 허물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다. 그리하여 종교인 과세를 하되 세금이 종교 활동을 억압하거나 감시하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면밀하게 디자인되고 준비돼야 한다.

그런데 과세 당국이 언론을 통해 배포한 ‘개신교 세부과세기준(안)’을 보면 목회자들의 소득항목이 무려 40여 가지로 상세하게 분류돼 있다. 이는 목회자의 일거수일투족이 세금이라는 통로를 통해 과세 당국에 보고되고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 과세 당국의 준비와 태도를 보면 과연 종교인 과세가 연착륙할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법과 시행령만 제정해 놓고 1년 반 동안이나 손놓고 있다가 지난 6월에야 시행 매뉴얼 초안만 내놓은 상태다. 마치 참고서 없이 교과서만 던져준 상황이다.

‘세금은 세금 낼 사람이 알아서 내는 것’이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종교인 과세는 정부 수립 후 처음으로 내는 세금인 만큼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1차적 책임은 과세 당국에 실리게 될 것이다.

교회 책임도 이에 못지않다. 법 시행을 코앞에 둔 지금까지도 ‘하나님의 것 가이사의 것’이라는 과세 목소리에 묻혀 제대로 대응을 못하는 게 교계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대로 시행될 경우, 많은 목회자들이 조세저항 세력으로 몰려 실정법 위반은 물론이고 여론의 질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한국교회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멍에가 될 수도 있다.

이제는 과세 당국과 교회가 세금 문제로 대립할 때가 아니라 협력하고 지혜를 모을 때다. 어떻게 하면 자기희생을 통해 하나님과 사람을 섬기는 목회자들을 존중하면서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제대로 세금을 낼 것인가를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여론에 떠밀려 졸속으로 과세를 강행할 경우 교회와 정부 모두 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를 내다본 문재인 대통령도 종교인 과세 유예를 선거 때 약속한 바 있다. 다시 한번 종교인 과세 유예를 이야기할 때다.

서헌제 (중앙대 명예교수·교회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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