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1일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을 구속기소하면서 거창하게 시작한 방산비리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에 따르면 하 전 사장은 경영실적을 조작해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발행하고, 회삿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심각한 비리를 저질렀다. 해외에서 사들인 부품의 원가를 부풀려 방위사업비로 전가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나 검찰이 목표했던 성과를 이뤘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 수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반드시 이루겠다고 수차례 약속한 방산비리 척결의 신호탄이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17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방산비리는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라고 말했다. 전날 감사원이 한국형 헬기 수리온 전력화 과정에서의 의혹을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한 것에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은 이어 개별 비리사건은 감사원과 검찰이 알아서 할 것이며, 청와대 민정수석 주관으로 제도를 개선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역대 정권마다 말은 앞세웠지만 달라진 게 조금도 없었던 현실에 실망했던 국민들은 드디어 비리가 사라질 길이 열렸다고 환영했다. 대통령이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이적행위라는 말을 다시 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인 만큼 이번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하 전 사장의 경영비리를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국방부와 군에 독버섯처럼 퍼진 비리커넥션은 물론이고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방위사업청, 검증을 책임져야 할 유관기관은 아예 건드리지도 못했다. 하 전 사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은 찾았지만 그 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또 면죄부를 준 꼴이 됐다. 이런 수사결과로는 1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개발한 헬기가 추락하는 모습을 본 국민들을 결코 납득시킬 수 없다.

물론 수십년 동안 서서히 구축된 비리시스템을 하루아침에 일소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가 자체를 산정하기 어려운 방위사업의 특수성과 내부 고발자 없이는 비리를 캐기 어려운 폐쇄성도 감안해야 한다. 검찰이 청구한 핵심 피의자들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연달아 기각되면서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끝내서는 안 된다. 문재인정부는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뛰어넘는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과거 정권을 탓하며 책임을 면할 때는 이미 지났다. 방산비리를 끊을 방법을 내놓고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전 대통령 측근이었던 KAI 사장을 현 대통령 측근으로 교체하는 수사에 불과했다는 비난이 나와도 할 말이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안보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했는데 정작 나라를 지키는 군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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