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2049’ 경탄의 163분, 명작의 품격 [리뷰] 기사의 사진
SF영화의 전설로 불리는 ‘블레이드 러너’ 이후 35년 만에 나온 후속편 ‘블레이드 러너 2049’. 전편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총괄 제작자로 참여했다. 소니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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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35년 전, 리들리 스콧 감독이 내다본 2019년의 미래 세계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인류는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고, 그 과정에서 ‘리플리컨트’라는 이름의 복제인간을 만들어 노예처럼 부린다. 완벽한 디스토피아.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는 그렇게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명작의 진가는 뒤늦게 빛을 발하는 법. 시대를 앞서간 이 작품에는 이제 ‘공상과학(SF) 영화의 전설’이란 수식이 따라붙는다. 12일 개봉한 ‘블레이드 러너 2049’(감독 드니 빌뇌브)는 그러한 전작의 성취를 이어받았다. 경이로운 상상력은 그대로. 한층 깊어진 철학적 고민을 확장된 세계관 안에 담아냈다.

영화의 배경은 204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도시는 온통 잿빛으로 뒤덮였다. 외계 식민지(오프월드)에 가지 못하고 잔류한 인간과 복제인간들이 뒤섞여 살고 있다. 대규모 폭동을 일으킨 구형 리플리컨트들은 추적자 ‘블레이드 러너’에 의해 대부분 제거된 상태. 인간에게 무조건 순종하도록 만들어진 신형 리플리컨트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신형 리플리컨트이자 블레이드 러너인 K(라이언 고슬링)는 수사 과정에서 비밀스러운 사건을 마주한다. 20여년 전 한 리플리컨트가 아이를 낳다 사망했고, 그 아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게 된 K는 진실을 알기 위해 30년 전 은퇴한 전 블레이드 러너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를 찾아 나선다.

전작에서 던져진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이 이어진다. 리플리컨트들은 인간과 똑같이 본능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고 희망을 꿈꾸면서도, 스스로 ‘영혼’이 없기 때문에 ‘껍데기’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들의 감정은 선연하게 살아있다. 음성 혹은 홀로그램으로 존재하는 인공지능 조이(아나 디 아르마스)와 K의 사랑이 그렇듯이.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 ‘컨택트’(2017)의 빌뇌브 감독이 완성한 또 한 편의 걸작이다. 여백의 미를 극대화한 연출이 큰 울림을 만들어냈다. 정교한 솜씨로 재단한 화면은 벅찬 시각적 쾌감을 안기고, 절묘하게 녹아들어간 한스 짐머의 음악은 공허하고 염세적인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데커드 역으로 돌아온 해리슨 포드를 반기는 관객이 많을 듯하다. “35년 전 맡았던 역할이 기특하게도 아직 잘 맞는다”는 그의 말처럼 극 중 데커드는 전편과의 훌륭한 연결고리가 됐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허무와 고독이 짙게 드리운 라이언 고슬링의 얼굴이다. 그 길고긴 여운은 직접 느껴보시길. 163분. 15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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