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가 대기업을 직접 압박해 친정부단체를 지원하게 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은 곧바로 관련자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11일 전 정부 화이트리스트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 자택과 사무실 등 총 9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이 전 실장은 2013년 4월부터 지난 6월까지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있으면서 직접 현대·기아차그룹을 압박해 대한민국재향경우회에 거액의 금품을 제공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현대·기아차그룹이 경우회 산하 영리 법인인 경안흥업에 수십억원대 일감을 몰아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실장 지시로 퇴직 경찰관 모임인 경우회가 현대·기아차그룹으로부터 받은 금액은 2014∼2016년 3년간 30억∼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우회와 경안흥업은 이날 검찰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구재태 전 경우회장 주거지도 압수수색하는 한편 애국단체총협의회, 월드피스자유연합 사무실 등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전 실장이 삼성 등 다른 대기업에도 비슷한 요구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실장은 2015∼2016년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과 약 150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 전 실장 압수수색으로 이번 수사는 전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원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검찰의 이명박정부 시절 군 사이버사령부 정치관여 의혹 수사는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을 향해 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히 이날 압수수색 대상엔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자택도 포함됐다. 검찰은 임 전 실장을 연·옥 전 사령관의 윗선이자 김 전 장관으로 가는 길목으로 보고 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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