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재계 “FTA가 미국 무역적자 원인 아니다” 기사의 사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 미국 정부의 대(對) 한국 통상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양국 재계가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 원인은 FTA가 아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미국 상공회의소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미 상의회관에서 ‘제29차 한·미 재계회의 총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한·미 재계회의는 전경련과 미 상의가 양국의 경제협력, 유대강화를 목적으로 1988년 설립한 경제 협의체다. 2000년 한·미 FTA를 처음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선언문에서 양측은 한·미 FTA를 북한과 함께 양국 관계를 위협하는 요소로 꼽았다. 특히 한·미 FTA에 대해 “양국 재계야말로 1차 이해관계자”라며 “(양국 정부가) 재계와 매우 제한된 협의만 하고 있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FTA 폐기 위협에 대해서도 “양국 재계는 한·미 안보를 위해 중차대한 시점에 한·미 FTA를 깨는 것은 지정학적 파문을 더 크게 가져오고 양국 관계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대 한국 무역수지 적자만으로 FTA를 평가해선 안 된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양측은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 원인은 본질적으로 거시경제적”이라며 “한국이 2012∼2016년 수입이 22% 감소하는 동안 미국의 수출은 그 기반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로 인해 한국 기업의 대 미국 투자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간접 경고했다. 공동선언문은 “한·미 FTA는 투명성 신뢰를 보장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며 “이런 것들이 보장되지 않으면 투자처로서 미국을 고려할 가능성이 훨씬 낮아질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미 FTA가 미국에 불리하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과 달리 양국 통상 장벽이 낮아질수록 미국에 더 이익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한·미 FTA 재협상이 총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양국 간 관세율 인하·철폐 시 한국의 미국 수출은 최대 156억 달러, 미국의 한국 수출은 최대 429억 달러 늘 것으로 추산됐다. 노동생산성 및 기술진보 측면에서도 FTA가 긍정적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보호무역주의 강화 영향으로 미국의 대 한국 수입규제 건수가 인도와 함께 가장 많은 31건(9일 기준)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국에 대한 외국의 전체 수입규제 190건 중 16.3%에 해당한다.

글=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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