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당해 자살했는데도… 9개월 뒤에야 가해교수 징계 기사의 사진
지난해 7월 교수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괴로워하던 대학원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학원생 A씨는 B교수가 연구원이던 시절 같은 연구실 선후배로 만났다. 2015년부터 B교수는 술을 마시면 A씨의 동의 없이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하기 시작했다. 유부남인 B교수는 이후 다른 대학에 교수로 임용되고 나서도 A씨가 자살할 때까지 관계를 이어갔다.

지난해 12월 B교수가 재직 중인 대학의 인권센터에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조사는 3개월 뒤에야 시작됐다. 징계는 지난 4월에서야 결정됐다.

지난해 12월 충북의 한 교육대학 윤리교육과 C교수는 강의를 하면서 “여자들이 팬티를 입지 않고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성기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 수강생이 항의하자 “수업 태도 불량으로 F를 주겠다”고 협박했다. C교수는 정직 1개월의 징계만 받고 학교로 복귀했다.

교수 징계가 더디거나 수위가 약해 피해 학생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성희롱이나 폭언을 하고도 1∼2개월 정직 뒤 학교로 돌아오면 피해 학생들은 다시 해당 교수와 마주해야 한다. 이마저도 처분이 늦어지면 피해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2014∼2017 전국 대학 교원 징계 현황’에 따르면 전국 117개 대학에서 2014년 이후 모두 791건의 징계 처분이 있었다. 징계 사유로는 음주운전이 82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성범죄(성희롱 성추행 성매매 강간 등) 관련 징계도 58건에 달했다. 연구비를 횡령하거나 부정수급·부당집행해 징계를 받은 경우는 62건이었다.

최종 집행된 753건의 징계 처분 중 87.6%(660건)가 정직 3개월 이하의 징계였다. 애초 낮은 수위의 징계가 다시 가벼워지는 경우도 잦았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청구심사 185건 중 58건(31.3%)에 대해 감경 결정을 내렸다.

대학마다 징계 기준이 들쑥날쑥한 점도 문제다. 2015년 경북의 한 대학에서는 성매매를 한 혐의로 D교수가 견책 처분을 받았다. 같은 해 10월 충북의 다른 대학에서는 같은 혐의로 E교수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2014년 이후 징계 처분이 단 한 건도 없었던 대학은 18곳이나 됐다.

노 의원은 “징계심사위원회가 교수들로만 구성돼 있어 ‘제 식구 감싸기’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며 “심사위에 학생 대표도 참여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글=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