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철륜 <12·끝> 이른 비처럼, 때론 늦은 비처럼 베푸신 복에 감사

장애에도 소망 품은 건 주 사랑 덕분… 6대에 걸친 믿음의 족보도 소중한 축복

[역경의 열매] 김철륜 <12·끝> 이른 비처럼, 때론 늦은 비처럼 베푸신 복에 감사 기사의 사진
7년 전 4대가 한자리에 모여 가족사진을 남겼다. 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 필자의 아내 허신애 사모와 어머니 어숙녀 권사, 필자.
“이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놀라운 주님의 사랑과 성령의 감동 감화 충만 역사하심이 성도들의 소망과 사업 위에….”

축도할 때마다 이 문구 뒤에 반드시 덧붙이는 축원(祝願)이 있다. “우리 내면 저 밑바닥에 있는 외로움까지도 함께해 달라”는 내용이다. 나 자신이 장애로 인해 깊은 외로움을 경험했을 뿐 아니라 외로움에 지쳐 삶을 마감하는 이들이 요즘 들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조금만 위로해주는 이들이 그들 곁에 있었더라면 극단적 선택은 피했을 텐데…. 유명 인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과 더불어 외로운 이들을 보듬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만든다.

지난 내 인생을 돌아보면 부족할 뿐이다. 그다지 내세울 것 없는, 부족하고 부끄러운 삶이지만 이런 나를 통해서도 위로를 얻는 이들이 있길 바란다. 소아마비로 한평생 살아오면서 차별과 불이익을 당하고, 남모를 고통을 겪으면서도 소망을 잃지 않았던 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찬양 덕분이었다.

그 가운데 하나님께서는 이른 비처럼, 때로는 늦은 비처럼 크고 작은 복을 베풀어주셨다. 가족을 향한 복도 그 가운데 하나다. 우리 가족은 증조할머니부터 손자 손녀에 이르기까지 6대에 걸친 믿음의 족보를 써 내려가고 있다.

우리 자녀들은 모두 유아 세례를 받았다. 손자 손녀들은 할아버지인 내가 직접 세례를 베풀었다. 며느리 또한 내가 세례를 베푼 뒤 아들과 결혼식을 치르게 했다. 아내 또한 세례를 받은 뒤 결혼식을 올렸다. 몇 년 전 홀로 남으신 어머니와 자녀들 가족까지 4대가 한데 모여 기념사진을 찍을 때 하나님을 향한 감사의 마음이 샘솟았다. ‘아, 하나님께서는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해주시는 분이구나.’

동시에 교회음악을 알게 하시고, 사랑하게 하신 은혜도 하나님이 주신 열매가 아닐 수 없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딱 한마디만 하자면, 찬송에 있어서도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목회를 하는 목회자와 찬양대에 서는 지휘자와 찬양대원들, 나아가 교회 성도들에 이르기까지 이것만은 명심해야 한다. ‘교회음악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음악이다.’

지난해 말부터 일주일에 세 차례 꼬박꼬박 들러야 하는 곳이 있다. 병원 신장 투석실이다. 한번 갈 때마다 4시간씩 보낸다. 누군가 “다시 역경 속을 거닐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하나님께서 잠시 휴식의 시간을 주신 겁니다.”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병치레를 했다. 나를 향한 부모님의 헌신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게 아버지는 희망의 전령사였다. “베토벤은 귀머거리인데도…”라며 장애를 지닌 아들에게 틈만 나면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주셨다. 나를 향한 어머니의 헌신은 기도를 빼놓고 설명할 길이 없다. 기도의 힘으로 오늘도 숨 쉬고 있음을 고백한다. “당신의 아픈 다리와 성한 내 다리를 바꾸고 싶다”고 스스럼없이 내뱉는 아내의 말엔 진심이 배어 있다. 그리고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따르는 자녀들과 손주들, 나를 스승이라고 따르는 제자들….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한 역경 자체가 열매이리라. 그렇기에 오늘도 나의 ‘찬양 인생’은 멈추지 않는다.

정리=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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