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앞둔 中企 연대보증제 ‘딜레마’ 기사의 사진
중소기업이 금융기관 대출을 받을 때 원래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빚을 대신 갚을 사람을 미리 정해놓게 한 연대보증제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금융기관들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중소기업에 무리하게 보증인을 세우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연대보증제를 없앨 경우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기관 대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실이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아 12일 발표한 ‘정책자금에 대한 연대보증 통계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채무자가 갚아야 할 전체 대출잔액 중 연대보증인이 채무자를 대신해 갚은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은 0.2%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해 대출액 8조6045억 중 167억원(0.19%), 올해(1∼8월)는 9조827억원 가운데 105억원(0.12%)만이 연대보증인이 갚은 금액이다. 김 의원실은 “연대보증인이 채무자 대신 돈을 갚는 금액이 전체 대출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며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연대보증제는 금융기관이 대출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계약과 직접 관련 없는 연대보증인을 내세워 책임을 떠넘기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문재인정부는 연대보증제를 ‘금융연좌제’라며 전면 폐지하겠다고 공약했었다. 금융위원회에서도 내년 정책금융기관부터 연대보증제도를 없애고 적용 범위를 시중은행까지 넓히겠다고 지난 8월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시중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은 연대보증제가 폐지되면 금융사가 대출 규모를 줄여 외려 중소기업에 해가 될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대출 위험을 피하려는 금융사들이 신용대출 대신 담보대출로만 쏠리게 되면 ‘중소기업 부담 완화’라는 연대보증제 폐지 취지를 살리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 발표에도 금융사와 정책금융기관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어 연대보증제 폐지의 구체적 시기와 방법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대보증제 폐지에는 찬성하지만 법제화까지는 부담스럽다는 입장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국회에 계류돼 있는 연대보증법 폐지 법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중기부는 “경직적으로 법상 전면 폐지하기보다 기관 내규를 통해 더 이상 연대보증을 못하게 할 수 있는 방안도 있다”며 “경과를 살피고 부작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의원은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그동안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임원이 연대보증에 묶여 기업과 함께 파산하는 경우가 잦아 많은 이들이 창업을 주저해왔다”며 “연대보증을 못하도록 법으로 분명히 못 박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