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이명희] 다주택자들에 의한 투기와의 전쟁 기사의 사진
‘없어도 괜찮아’의 저자인 김은덕·백종민 부부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인 서울 망원동의 다세대주택에 산다. 방 두 칸 중 한 칸은 ‘외국인 도시 민박업’을 신청해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빌려주고 월세의 일부를 충당한다. 이들 역시 해외를 여행하면서 외국인 집에 숙박한 터라 누군가와 나눠 쓴다는 데 거부감은 없다고 한다. 집을 누군가와 공유하면서 집에 대한 시각이 소유의 개념에서 공유의 개념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물질적 풍요보다 실질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미니멀 라이프다.

노무현정부 때 경제부총리를 지낸 이헌재씨는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란 저서에서 사람들이 굳이 소유를 원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새 주택단지를 지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주택공급비율은 100%를 넘은 지 오래다. 정부가 이미 지어진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사들여 형편에 맞는 사람들이 싸게 월세로 들어가 살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대가 바뀌고 집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 해도 상당수 한국 사람들에게 여전히 아파트는 수십 년 월급 모아 사야 하는 인생 목표이자 제1의 재테크 수단이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은 일본의 전철을 따라갈 것이라는 10여년 전의 예측은 아직까지는 기우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고 단카이 세대(1948년생 전후,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시기에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1992년부터 2016년까지 집값이 53% 하락했다.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 지난 8월을 기점으로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인구 절벽이 눈앞에 닥치고 전체 가구 중 27.2%가 1인 가구다. 그런데도 부동산은 여전히 욕망의 대상이다. 그러다보니 부동산 가격은 꺾일 줄을 모른다.

지난해 11·3 대책에 이어 현 정부 들어서도 고강도 규제를 담은 8·2 대책까지 두 번의 대책이 더 나왔다. 정부는 이달 중 가계부채 대책과 함께 추가 규제를 더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문재인정부는 다주택자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다주택자들에게 “사는 집이 아니면 팔라”며 양도세가 중과되는 내년 4월까지 말미를 줬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종부세 부과 등 노무현정부의 ‘투기와의 전쟁’ 복사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은 잡겠다”며 12차례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놨지만 5년간 서울 집값은 56% 뛰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부동산 가격을 잡으면 피자 한 판 쏘겠다고 했다. 여당은 보유세 인상 카드도 빼어들 태세다.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이길 수 있을까. 나는 시장을 이기지 못할 거라고 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당연한 행태다. 부동산만한 투자처가 없다는 것을 체득한 사람들은 정부가 세금을 아무리 많이 물린다고 해도 버틸 수 있는 한 부동산을 포기하지 않는다. 학습효과다. 정부는 그걸 투기라고 읽는다.

“강남 집값을 때려잡겠다고 하다가 나머지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가격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정부 때 물가를 잡겠다고 매번 대책을 내놨지만 실패하지 않았나. 정작 필요한 것은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한 임대주택이나 청년들을 위한 주거공간을 마련해주는 일이다.” 박근혜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관장했던 전직 관료의 말이다.

부동산 해법은 단순하지 않다. 14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 문제가 얽혀 있다. 가계부채의 70%가량은 주택담보대출이다. 부동산 시장이 급락하면 한국 경제 전체가 휘청거린다. 시장은 안정시키면서 가계대출 뇌관을 제거하는 정교한 정책조합이 요구되는 이유다. 사족 하나. 고위 공직자의 42%가 다주택자다. 다주택자들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뛴다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이들부터 솔선수범해야 하는 것 아닐까.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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