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루터 95개조 반박문 따라잡기 (下)] 반박문 핵심은 ‘일생에 걸친 회개의 삶’

[마르틴 루터 95개조 반박문 따라잡기 (下)] 반박문 핵심은 ‘일생에 걸친 회개의 삶’ 기사의 사진
독일 중부의 전원도시 아이제나흐 바르트부르크 성에 있는 루터의 방. 95개조 반박문을 내면서 종교개혁의 기치를 높인 루터는 이곳에서 10주 만에 라틴어 신약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한다. 국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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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통해 강조한 핵심은 ‘회개’다. 루터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회개하라(마 4:17)고 말씀하신 것은 회개가 삶 전체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반박문 1조)며 “회개하라는 말씀을 사제에 의한 고해성사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2조)고 강조했다.

면죄부를 사는 행위로 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과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회개는 일생 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정병식 서울신학대 교수의 논문을 참고해 95개조 반박문의 내용을 살펴봤다.

95개조는 크게 여덟 부분 구분

정 교수는 ‘면죄부 반박 95개조에 나타난 루터의 신학적 비판’(한국교회사학회집)에서 95개조 반박문을 크게 여덟 부분으로 구분한다.

1∼4조는 신자의 삶이 회개의 삶이라고 명시한다. 95개 반박문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가 담겼다. 5∼7조는 죄에 대한 교황의 권한이 없음을 지적한다. 죄를 용서하는 권한은 오직 하나님께 있다.

8∼29조는 교황이 사죄할 수 있는 범위는 연옥에 있는 죽은 자들에게 미칠 수 없다는 점을 밝힌다. 당시 가톨릭은 생전에 충분히 속죄하지 못한 자의 영혼은 연옥에 간다는 교리를 갖고 있었다. 연옥에서 부족한 공로를 채워야 천국에 간다고 봤다. 루터는 처음부터 연옥의 존재를 부정하진 않았다. 다만 면죄부가 연옥에 있는 영혼들의 죄를 사한다는 교리에 대해 성경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1530년 루터는 연옥 교리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

30∼55조는 면죄부를 통한 고해행위의 무용(無用)함과 사랑의 실천을 말한다. 면죄부는 형벌을 없애줄 수 있을 뿐이며 그마저도 참된 뉘우침이 있어야 한다. 만약 진정한 뉘우침이 있다면 면죄부가 없어도 완전한 사면을 받을 수 있다. 결국 면죄부는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루터는 또 “가난한 자를 돕는 일이 면죄부를 사는 것보다 선한 행동”(43조)이라며 이웃을 사랑하는 구체적 행동을 촉구한다.

56∼68조는 가톨릭교회의 ‘보물 이론’을 비판한다. 당시 가톨릭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공로와 성인들이 쌓아올린 공적을 교회의 보물이라고 불렀다. 교황은 이 공적들을 가지고 성도들의 죄를 사할 권세를 가졌다. 루터는 죄사함의 권세는 하나님의 것이라고 반박한다. 교회의 보물은 하나님이 주신 복음뿐이다.

69∼80조는 면죄부 설교의 부작용을 지적한다. 루터는 76조에서 교황의 면죄부는 작은 죄조차 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꼬집는다. 81∼91조는 면죄부에 대한 평신도들의 비판적 질문을 담았다. “이미 전적 회개를 통해 구속 받은 이들에게 교황은 무엇을 또 용서한다는 것인가”(87조) 같은 질문이 대표적이다.

92∼95조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고난을 통해 참된 평화를 누릴 것을 촉구한다. 루터는 95조에서 “신자는 평화에 대한 잘못된 확신이 아니라 많은 고난을 통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역설한다.

교회는 항상 개혁돼야 한다

최주훈(서울 중앙루터교회) 목사는 저서 ‘루터의 재발견’(복있는사람) 말미에서 “교회는 항상 개혁돼야 한다. 개혁되지 않는 교회는 개신교회가 아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은 역사를 단순히 기억하는 차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루터의 개혁정신을 이어받을 때 의미를 지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루터는 “진정으로 회개하는 그리스도인은 면죄부 없이도 죄와 벌로부터 완전한 사함을 받을 수 있다”(36조)고 말했다. 신자가 각자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이야말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루터가 우리에게 전하려는 본뜻이 아닐까.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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