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 또 다른 의혹 “지적장애 2급은 치밀범행·이중생활 못해”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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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씨가 지적·정신장애 2급으로 인정받은 과정을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씨의 치밀한 범행 과정이나 감쪽같았던 이중생활로 볼 때 해당 장애등급 수준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씨가 장애인 등록 혜택을 받아 외제차 취득세 등을 면제받은 데다 형법상 심신장애인은 형을 감경 받을 여지도 있어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씨는 2015년 11월 지적·정신장애 2급으로 보건복지부에서 장애인 복지카드를 발부 받았다. 최초 장애 진단을 받은 건 2011년 3월이었다. 그는 지적장애 3급과 정신장애 3급을 받았지만 중복장애 합산 기준에 따라 2급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지적장애 3급은 지능지수가 50∼70일 때 받을 수 있다. 단순한 반복 작업은 할 수 있지만 아이디어를 내고 정보를 통합하는 일은 하기 어려운 지능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최근까지 개인사업(마사지숍)을 한 데다 치밀한 수법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은폐한 것에 비춰볼 때 지적장애 3급 판정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조선미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2일 “해당 장애 등급을 받으려면 판단력이 어느 정도는 손상돼야 하는데 범행의 치밀함을 고려했을 때 그렇지 않아 보인다”며 “지능검사 시기를 조사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학력수준이 낮으면 언어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측정돼 지능지수가 낮게 나올 수 있긴 하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어릴 적 발병한 거대백악종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발달과정에서 얻게 된 지적장애가 아니라 사고로 뇌기능이 손상된 경우에는 사고·의무기록이 분명해야 (장애진단을) 받을 수 있다”며 “최근에서야 지적 장애 등급을 받았다는 것이 상당히 의외”라고 했다.

이씨가 장애 진단을 받은 2011년 이후 상태가 호전됐을 가능성도 낮다. 보건복지부는 상태가 바뀔수 있는 장애는 2∼3년 주기로 재검을 실시한다. 이씨는 그러나 2015년 11월에 복지카드도 발급받았다. 박종익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어느 정도 상태가 고정돼야 장애로 볼 수 있다”며 2015년 11월 이후 2년 새 급격히 상태가 좋아졌을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봤다.

이씨는 장애인 등록을 통해 각종 혜택을 받아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가 몰던 외제차 3대 중 본인 명의로 등록된 건 배기량 1999㏄인 차량 한 대뿐이다. 나머지 차량은 가족과 가족의 지인 명의였다. 사실상 외제차 3대를 몰면서도 현행법상 배기량 2000㏄ 미만인 장애인 소유 승용차 한 대에는 세금이 면제된다는 점을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복지부는 부정 진단으로 장애 등급을 받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2011년 당시 장애 등급 1∼3급을 받으려면 의사의 진단뿐 아니라 국민연금공단의 장애심사도 받아야 했다. 심사에는 전문의 2명 이상이 참여하는 의학 자문회의도 포함된다. 진단서를 받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장애심사에서 걸러졌을 것이라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그러나 이씨의 이중생활과 범행 경위에 비춰볼 때 장애 판정을 둘러싼 의혹은 쉽게 가라앉기 힘들 전망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장애 검사 결과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면 재검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주언 이형민 기자 eo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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