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노트] 고통 속의 온전한 삶 기사의 사진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끝내 울고 말았다. 연휴 동안 존 윌리엄스의 소설 ‘스토너’를 읽으며 슬픔과 분노, 열정과 회한의 감정들로 롤러코스터를 탔는데, 주인공이 숨을 거두며 “넌 무엇을 기대했나”라고 질문 같은 독백을 할 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주인공 스토너는 영문학과 교수다.

비열한 동료 교수 로맥스의 끊임없는 방해와 위협 속에서도 그는 학문과 문학에 전념한다. 공부를 수단으로 삼지 않고, 인생 그 자체로 여기며 산다. 죽음의 순간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 한다. 삶을 훼방하는 악인과 타협하지 않았으며, 꺾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힘없는 그에게 남겨진 건 멸시와 고독. 세속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작은 성공과 큰 좌절들로 점철된 것이 스토너의 인생이었다.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스토너는 다른 선택을 할까? 암에 걸려 퇴직하는 순간까지 조롱을 일삼는 로맥스에게 굴종한 뒤 편히 사는 길을 택할까? 이것이 진정으로 그가 기대했던 것일까? 아닐 것이다. 젊은 시절로 돌려보내도 그는 영원회귀처럼 똑같은 삶을 반복할 것이 분명하다.

슬프기도 했지만 소설은 묘한 안도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스토너가 불행하게 여겨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는 온갖 고통 속에서도 온전히 자기 삶을 살아낸 영웅이었다. 작가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의 삶은 아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어느 정도 애정을 갖고 있었고, 그 일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현실과의 불화를 스토너는 후회하지 않았을 것 같다. 세속적인 성공의 기준에서 어긋나 버린 삶을 “틀렸다”고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말처럼 “모두가 되고 싶은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할 것 같았다.

이런 생각에 잠겨 있으니, 나도 모르게 김도향의 노래 ‘시간’이 흥얼거려졌다. “나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난 어디로 돌아갈까. 그 모든 걸 이뤘다면 난 정말 행복했을까. 아님 또 다른 고민에 밤을 지샐까. 가슴 한켠 숨어있는 후회도 내가 흘러 갈 세월이 가려 주겠지. 모두 내게 소중했던 시절들….”

김병수(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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