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성태윤] 혁신성장의 주체는 기업 기사의 사진
경제학 분야 석학인 하버드대 헬프만 교수와 프린스턴대 그로스만 교수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혁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분석한 ‘혁신과 성장’이라는 유명한 학술저서를 발표했었다. 책에는 혁신을 개념화한 슘페터 이론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시장에서 경쟁하는 ‘자본주의 기업’과 ‘기술진보’는 별개의 개념이 아니고 본질은 하나이며 기술진보의 원동력은 결국 자본주의 기업이라는 것이다.

기술진보가 무작위로 생겼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경쟁과 시장의 힘에 따른 것으로, 시장에서 이윤을 추구한 결과라는 것이다. 18세기 고전경제학의 기초를 놓은 아담 스미스는 우리가 식사할 수 있는 것은 제빵업자나 푸줏간 주인의 자비 덕분이 아니고 사람들이 각자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라 말한 바 있다. 혁신도 마찬가지인데, 우리가 다양하고 새로운 빵을 맛볼 수 있는 것은 제빵회사 주인이 자비롭기 때문이 아니라 남보다 먼저 소비자들이 더 좋아하는 빵을 만들어 수익을 거두려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다.

이러한 시장구조를 경제학에서는 ‘독점적 경쟁’이라 부르고 이 개념은 혁신과 경제성장의 관계를 분석하는 데 널리 사용된다. 독점적 경쟁은 특정 기업이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한 ‘독점’이나 무차별적으로 경쟁하는 ‘완전경쟁’과는 다른 개념이다. 독점적 경쟁이란 독점과는 달리 다른 기업으로부터의 경쟁압력이 존재해 시장에서 기업은 계속 경쟁해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해도 혁신으로 자신의 차별화된 특성을 유지한다면 시장에서 나름의 독점적인 힘을 확보할 수 있어서 완전경쟁과도 차이가 있다.

기업이 다른 제품과 차별화된 새로운 것을 개발해 독점적인 힘을 확보할 수 있고, 이러한 독점적인 힘을 통해 이윤을 거둘 수 있다고 믿어야만 혁신을 추구하고 투자를 하게 된다. 혁신은 공학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 또는 새로운 과학지식을 창출하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동일한 제품과 서비스도 시간과 공간 그리고 소비자에 따라서는 경제적으로 차별화될 수 있다. 따라서 물리적으로 동일한 것을 가지고도 소비와 수요의 방식을 개선하고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혁신이다.

콜럼버스가 인도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떠났던 것은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새로 발견된 토지에서 발생하는 수입의 10%를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처럼, 도전이 가져다 줄 미래 보상에 대한 기대가 있어 가능했다.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은 기존 공간이었지만 이것을 새롭게 연결한 항로 개척은 생산성을 변화시키고 성장을 이룬 혁신이 됐다. 물론 콜럼버스가 인도를 찾아 떠날 때 그것이 아메리카 대륙 항로가 될지 알지 못했던 것처럼 많은 혁신의 과정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사전적으로 확신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 이해관계와 성과에 대한 보상이라는 시장경제의 인센티브 없이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투자와 성장을 이끌 혁신은 어렵다.

혹자는 성장이 아니라 생활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성장이 이루어졌다고 사회 구성원 모두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오히려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장 혜택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 자체가 성장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경제성장이 없으면 생활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없고, 이러한 성장은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보상과 이윤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기업들이 다양한 시도와 투자를 하고 이러한 투자가 혁신의 열매를 맺을 때 그것이 경제성장의 핵심이 된다. 현 정부의 ‘혁신성장’이 지난 정부의 ‘창조경제’ 같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으려면 혁신을 이끌어내는 근본적인 동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각론이 필요한지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고민해야 한다.

성태윤(연세대 교수·경제학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