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청사초롱

[청사초롱-곽금주] SNS 마녀사냥과 ‘루시퍼 효과’

[청사초롱-곽금주] SNS 마녀사냥과 ‘루시퍼 효과’ 기사의 사진
심리학자들의 오랜 의문 중 하나는 과연 인간은 천성적으로 악한 존재일까 아니면 선한 존재일까이다. 프로이트 경우 인간이 지닌 두 가지 욕구 중 하나가 공격욕구라 했다. 본능적으로 공격성을 지닌 악한 존재라는 것이다.

또한 태어나기 전부터 인간은 치열한 투쟁을 하면서 공격성을 보이기도 한다. 쌍둥이 임신부들의 태아들을 촬영해본 결과, 쌍둥이들이 좁은 엄마 배 안에서 서로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싸우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한 일란성 쌍둥이에게서는 한 아이의 혈액이 다른 아이에게 이전하는 현상이 있다. 그 아기는 혈액을 잃고 다른 형제보다 더 작게 태어나며 얼굴이 창백하고 탈수증에 걸리기도 한다. 반면 혈액을 받은 쌍둥이는 더 크게 태어난다. 형제들이지만 태어나기 전부터 살아남기 위한 전쟁이 시작되는 거다. 어쩌면 생존하기 위해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남을 해치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아주 어린 아기들을 대상으로 여러 실험이 진행되면서 인간이 지닌 타고난 선함에 대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생후 2년이 채 안 된 아기들도 타인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다. 누군가가 물건을 땅에 떨어뜨려 줍지 못해 힘들어할 때 그걸 보고 있던 어린 아기가 아장아장 걸어가 뒤뚱거리면서 주워 주는 장면. 손에 책을 가득 들고 있어서 책장 문을 열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있던 아기가 자신의 힘에 부치면서도 책장 문을 가까스로 열어주는 장면. 이런 장면들을 관찰한 실험들이다. 인간은 타인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도와주는 행동을 보이는 본성적인 선함을 가지고 태어난다.

이렇게 선한 인간이지만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의해 얼마든지 악해질 수 있다. 잘 알려진 연구로 1970년대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실시된 고전적인 실험이 있다. 이 학과 건물 연구실에 교도소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실험에 참여하고 싶은 학생들을 모집한다. 이들은 전혀 죄를 짓지 않은 학생이다. 그리고 이들을 무작위로 교도관과 죄수로 나누어 교도소 생활을 하게 한다. 서로 간에 아무 죄도 없는 학생들임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니 각자가 맡은 역할에 충실하게 된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서 교도관 역할을 하는 학생들은 점점 더 포악해져서 죄수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정말 죄를 지은 사람인 양 죄수들을 취급하고 심리적 신체적 학대를 했다. 그 정도가 너무나 심해져서 2개월 예정인 이 실험은 2주도 진행되지 못하고 끝나게 됐다. 연구진도 이런 상황을 보고 놀랐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가장 포악한 교도관 역할을 한 학생은 사실 그렇게 악한 학생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실하고 평범한 학생이 교도관이라는 역할이 주어지게 되고 그런 환경에 놓이니 다르게 변한 것이다. 잔인하고 포악하게 말이다. 처한 환경에 따라 착한 사람이 악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루시퍼 효과’라고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인간을 악하게 만드는 환경이 바로 SNS 공간이다. 무엇이든 자신의 의견을 쓸 수 있는 광장이 만들어졌다. 빠른 속도로 많은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는 만큼 어마어마한 군중이 모여드는 광장이다. 그런데 이 광장 안에만 들어가면 무시무시한 루시퍼 효과가 일어난다. 사실이 무엇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한다. 상대에게 욕설과 비방을 한다. 추론에서 시작한 것이 확정된 사실로 둔갑하여 상대의 신상을 털면서 마녀사냥이 시작된다. 때로는 억울하게 마녀는 처형당하기도 한다.

그러한 루시퍼가 되지 않도록 이성을 가지고 판단하도록 하자. 한번쯤 생각해보고 답을 하도록 하자. 타고난 본성인 인간의 선함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어떤 주변 환경에 놓이더라도 우리가 지닌 착함을 굳건하게 지켜나가면 좋겠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