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산책] 생을 찬미하나니 기사의 사진
알렉산더 칼더 ‘La Memoire Elementaire’ 리토그래피. Calder재단
비뚤배뚤한 솜씨로 원을 그린 뒤, 밝은 색채를 채워넣은 작가는 미국의 알렉산더 칼더(1898-1976)다. 움직이는 조각 ‘모빌’을 창안해 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칼더는 유화, 드로잉, 판화도 많이 남겼다. 굵은 붓으로 윤곽선을 좀 어눌하게 그린 드로잉은 그 자유로움이 오히려 해방감을 선사한다. 자로 잰듯 반듯했다면 필시 차가운 화폭이 됐을 것이다.

그림 속 원은 해와 달, 별이기도 하고, 사람이기도 하다. 또 작가가 붙인 제목대로라면 ‘기억’이기도 하다. 칼더는 말년에 태양과 달, 별을 작품에 많이 등장시켰다. 그리곤 인간을 오버랩시키며 삼라만상을, 생(生)을 예찬했다. 이 작품은 작가가 타계하던 해에 그린 것이지만 어두운 구석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대다수 예술가들의 말년작에는 죽음의 전조가 드리워져 있는데 칼더는 예외다. 그는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밝고 환희에 찬 작업들을 쏟아냈다.

칼더는 미술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기계에 관심이 많아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자동차기술자, 도안사, 보험회사 조사원, 기계판매원, 지도제작자, 식자공을 전전한 끝에 미대에 다시 진학했다. 작가가 된 뒤 ‘물 만난 고기’마냥 작업한 것도 밑바닥 인생을 거치며 진정 원하는 길을 찾았기 때문이다. 절실함에서 비롯된 그의 그림에는 생명력이 가득하다. 이영란(미술칼럼니스트)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