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노트-김병수] 돈과 행복 기사의 사진
앤드류 와이어스, ‘크리스티나의 세계’
지난 수요일 ‘행복한 서울 만들기’라는 학술 세미나의 토론자로 참석했다. 같은 자리에서 심리학 교수 한 분이 자신의 연구를 토대로 “객관적 소득 수준은 행복을 예측하지 못하고 재정 상태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가 행복을 결정한다”고 발표했는데, 나는 그 주장에 동의할 수 없었다. 연구 방법론이나 해석에 대한 이견은 차치하고 임상 경험에 근거하면 경제적 요인이 개인의 삶과 행복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걸 절대 부인할 수 없다. 안타까운 말이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보다 좋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가족의 지지도 훨씬 용이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치료 예후도 좋다. 우울증이 생겨 일을 쉬어야 하는데, 그렇게 될 경우 당장 가족의 생계가 곤란해지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정신적 고통에 생활고까지 겹쳐 증상은 악화되고 예후는 나빠진다. 돈이 행복을 보장하는 건 아니지만, 꼭 필요한 돈이 없으면 불행의 나락으로 쉽게 떨어지고 마는 게 현실의 삶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프린스턴 대학의 대니얼 캐너먼 교수가 미국 내 거주자 45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를 보면, 연소득 수준이 늘어날수록 그것에 비례해서 삶의 만족도와 정서적 웰빙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소득 수준이 낮은 경우 이혼, 질병, 외로움으로 인한 정서적 고통은 배가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수입과 행복의 비례 관계는 연소득 7만5000달러까지만 유효한데, 그 이상으로는 수입이 늘어도 행복 수준은 높아지지 않는다. 연봉 1억원 정도 되면 돈으로는 더 이상 행복을 살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 최저 시급을 받으며 아르바이트하는 학생,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은 소득이 오른 만큼 행복도 확실히 커진다는 뜻이다. 이 연구 결과를 따르면 소득과 상관없이 동일한 금전적 지원을 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이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게 공동체의 행복 수준을 높이는 보다 정확한 방법이다.

그렇다고 물질만 추구하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너의 소득에 만족하면 행복해진다”는 말처럼 “마음가짐이 행복을 결정하지 돈이 중요한 게 아니야”라며 현실 문제에 눈 감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개인의 정신승리로 행복을 찾기 이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사회에는 여전히 많으니까.

김병수(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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