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방송 44년 애청자 “막 지꺼집니다”

동북아 선교 전초기지 제주에 극동방송 FM 104.7㎒ 송출 시작하던 날

복음방송 44년 애청자 “막 지꺼집니다” 기사의 사진
시각장애인 김홍민(제주 성안교회) 집사가 지난 20일 제주도 제주안마원에서 제주극동방송 FM개국에 대한 소감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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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지꺼집니다.”

시각장애인 김홍민(60·제주 성안교회) 집사는 지난 20일 제주도 제주시 제주안마원에서 얼굴가득 웃음을 띤 채 제주극동방송 FM개국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지꺼지다’는 크게 기쁘고 행복감이 넘친다는 뜻의 제주도 방언이다.

김 집사는 1973년부터 AM1566㎑로 제주극동방송(당시 아세아방송)을 듣기 시작한 최장기 애청자다. 그는 세 살 때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었다. 제주 영지학교(당시 제주 맹아학교)에 다니며 신앙을 가졌으나 졸업 이후에는 시각장애로 교회에 나가지 못했다. 약해지는 신앙 속에서 서른 살까지 취업을 못하면 더 살지 말아야겠다는 극단적 생각까지 품었다.

“아 하나님의 은혜로 이 쓸 데 없는 자 왜 구속하여 주는지 난 알 수 없도다∼.”(찬송가 310장) 아세아방송 개국 첫날에 들은 이 찬송은 그에게 살아갈 용기를 줬다. 친척이 사준 트랜지스터 라디오에 아껴 모은 돈으로 산 배터리를 끼워 매일 설교와 찬송을 들었다. 이후 스물 한 살 때 안마 일을 배워 취직도 했다. 라디오를 통해 듣는 설교와 찬송은 그의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당시 아세아방송이 북한·중국·러시아(당시 소련) 등 공산권선교를 위해 장거리전용인 AM방송만 하고 있어 정작 제주도 지역 70%에서는 잘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AM방송은 지구 대기 상공 60∼1000㎞에 형성되는 전리층에 전파를 반사시키는 방식으로 장거리까지 방송을 송출할 수 있다. 하지만 근거리는 난청·잡음이 생기는 단점이 있다. 김 집사는 FM방송으로도 복음을 듣게 해달라고 매일같이 기도했다.

김 집사의 기도는 지난해 8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허가로 결실을 거뒀다. 첫 허가신청 후 28년 만에 104.7㎒로 FM방송을 할 수 있게 됐다. 제주극동방송은 1988년부터 정부에 FM방송 허가를 요청했으나 12차례나 반려됐다. 제주도 기독교인들은 2002년 FM개설을 위한 연합대성회를 열고 2005년에는 5만여 명이 동참한 FM개국 서명 명단을 정부에 전달했다.

2012년에는 지역 목회자들이 모여 제주극동방송 FM설립추진위원회(FM설립추진위)를 만들었다. FM설립추진위 간사 임병연(제주 등대교회) 목사는 “하나님이 제주 성도들의 기도를 들어주셨다”며 “허가 소식을 듣고 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것처럼 들떴다”고 기쁨을 표했다.

FM방송 허가는 북한 선교를 위해 제주극동방송을 후원해 온 제주 교인들을 위로하는 의미가 크다. 제주도는 사면이 바다로 장애물이 없어 북한·중국·러시아 등 장거리로 AM방송을 송출할 수 있는 요지(要地)다. 2011년에는 송신기 고장으로 수리를 위한 성금요청 방송을 들은 북한 지하교회 성도가 500위안(한화 약 8만5000원)과 함께 극동방송에 나오는 설교를 청취하고 기록한 신앙일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정작 제주도 교인들은 방송을 듣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번 허가로 그동안의 희생을 보상받게 됐다.

FM설립추진위원장 김정서(제주 영락교회) 원로목사는 21일 제주극동방송 신사옥에서 “제주극동방송 FM개국을 통해 제주 교인들이 영혼의 양식인 말씀과 찬송을 좋은 음질로 공급 받을 수 있게 돼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며 감격해했다.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은 “이번 FM개국은 다음 해 선교 110주년을 맞는 제주지역 복음화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제주 성도들과 함께 북방선교와 통일한국을 준비하는 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류정길(제주 성안교회) 목사는 “제주도는 개신교인 비율이 10% 정도로 복음화율이 낮은 편”이라며 “비신자들에게 복음을 친근하게 전하고, 특히 청년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설 수 있는 창의적인 방송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주=글·사진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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