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음성과 수화통역 동시에 설교와 찬송 눈길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청함교회 주일예배

[현장] 음성과 수화통역 동시에 설교와 찬송 눈길 기사의 사진
서울 청함교회 성도들이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있는 교회 예배당에서 수화를 곁들여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다. 아래 작은 사진은 성가대원들이 음성과 수화로 특송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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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주의 십자가 보혈로 죄 씻음 받기를 원하네∼”(찬송가 250장)

22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한 교회 예배 시간. 7명으로 이뤄진 단촐한 성가대가 찬송을 부르고 있었다. 입술 뿐만 아니라 양손까지 바삐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자리에 앉아있던 성도들은 그들의 손에 집중하면서 자신도 따라 같은 동작으로 손을 움직이기도 했다.

이어진 설교 시간. 설교 중인 목사 오른편에서 손동작으로 설교 내용을 전달하는 수화통역사에 성도들의 시선이 쏠렸다. ‘청각장애인과 청인이 같이 가는 교회’라는 비전을 실천하고 있는 서울 청함교회(모상근 목사)의 예배 풍경이다.

모상근(46) 목사는 20대 초반 거리에서 진행되던 수화공연을 처음 접하고 ‘문화충격’을 받았다. 수화 장면을 지켜보면서 마치 소리가 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날의 충격을 마음 속 깊이 품고 있던 모 목사는 독학으로 수화를 배웠다. 이어 학부생 시절 학교에 수화동아리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수화를 가르쳤다. 신대원에 들어간 뒤에는 농인 전도사의 수업을 통역해줬다.

1999년부터는 서울의 한 대형교회의 부름을 받아 12년간 청각장애인들을 섬기다 2010년 청함교회를 개척해 8년째 사역을 이어가는 중이다. 동시에 총신대학교와 안양대에서 학생들에게 수화를 가르치며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미래 목회자들을 키워내고 있다.

청함교회는 다른 교회나 단체에서 지원을 받지 않는 자립교회다. 총신대뿐만 아니라 MBC에서도 수화 통역을 맡고 있는 모 목사의 자비량 사역과 성도들의 헌금과 봉사로 교회가 꾸려지고 있다. 모 목사는 “장애인 사역을 펼치다 보니 장애인들이 경제적으로 계속 교회에 의지하려 한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꼈다”며 “장애인들이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자립교회를 지향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청각장애인 성도들도 헌금을 주기적으로 내고, 식사 봉사와 설거지 등을 하는 등 청인들과 같은 사역들을 맡고 있다. 이날 제공된 점심식사도 청각장애인 성도의 섬김으로 차려졌다. 예배가 끝나자 성도들은 여느 교회처럼 오순도순 앉아 삶을 나눴다.

1부 예배에서 수화 통역을 두고 음성으로만 설교를 전달했던 모 목사는 농인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2부 예배 때는 음성 설교와 수화 설교를 동시에 진행했다. 계속해서 집중하지 않으면 설교 흐름을 놓칠 수 있는 장애인들의 사정을 고려해 직접 칠판에 설교 내용을 적어두기도 했다. 이어진 찬양시간에는 노래방 기기가 빛을 발했다. 기기 화면에서는 장애인들이 찬양을 하며 박자를 맞추기 편하도록 박자에 맞게 가사가 흘러나왔다.

모 목사는 “장애인 사역은 대형교회에서도 섬길 이를 찾기 힘들 만큼 인원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수화라는 전문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수화 사역은 희소성 있는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다”며 “이 과정만 견디면 언제 어디서든 귀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청각장애인 사역에 뜻을 품고 있는 류사무엘(23) 전도사는 “흔히 청각장애인들은 글을 읽을 줄 아니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분들은 수화가 제1언어라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며 “수화가 가능한 사역자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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