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산책] 육중함에서 해방된 조각 기사의 사진
알렉산더 칼더 ‘Big Fat Banana’, 1969. Don Fisher 컬렉션
조각은 ‘매스(Mass)’, 즉 육중한 덩어리가 특징이다. 대리석 조각이든, 청동 조각이든, 석고 조각이든 마찬가지다. 작가가 빚은 양감덩이를 받침대(좌대)에 올리는 것도 조각의 특징이다. 그런데 이런 특성을 여지없이 깨뜨린 작가가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출신으로 파리를 거쳐 뉴욕서 활동한 알렉산더 칼더가 그 주인공이다.

데뷔 초 철사를 구부려 동물 형상을 만들던 칼더는 1930년 파리에서 전위적 세계에 눈을 뜬다. 유명 작가들이 결성한 ‘추상창조그룹’의 일원이 된 그는 “조각은 왜 무거운 덩어리여야 하나? 가뿐하게 움직이면 안 될까”라고 질문을 거듭한 끝에 새로운 3차원적 형태를 고안한다. 작은 모터를 달아 움직이게 한 칼더의 조각을 마르셸 뒤샹은 ‘모빌’이라 명명했다. 이후 칼더는 크고 작은 철판을 공중에 매달아 살랑살랑 춤추게 했다. 조각은 양감에서부터 자유로워졌고, 받침대도 필요 없게 됐다.

빨강 노랑 검은색이 입혀진 철판을 정교한 계산을 통해 공중에 매달거나 바닥에 살짝 배치한 칼더의 모빌은 일종의 오브제로서 공간에 부드러운 율동감을 선사한다. 고도의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더없이 가뿐하고 자유롭다. 조화로운 균형과 선, 강렬한 색채는 회화적이다. 파리에서 미로, 칸딘스키, 몬드리안과 교유했던 칼더는 “몬드리안의 정제된 추상화를 움직이게 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엉뚱한 발상에서 비롯된 칼더의 모빌은 이후 수많은 조각가들에게 영향을 끼치며 현대조각의 표정을 바꿔놓았다.

이영란(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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