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삶] 지폐 기사의 사진
미국 달러 지폐
일찍이 인류는 생산물의 물물교환을 거쳐 재화와 용역을 편리하게 교환할 목적으로 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조개껍데기나 담배가 돈 노릇을 하던 시절도 있었다. 산업혁명 이후 생산량 증가와 함께 돈 또한 엄청나게 늘어났다. 현재 동전과 지폐를 포함한 전 세계 화폐 총량은 60조 달러이고, 90% 이상이 컴퓨터 서버에서 숫자로만 존재한다. 큰돈은 대부분 전자 데이터로 주고받는다. 신용카드나 전자화폐의 상용화로 화폐의 역할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돈을 연상시키는 색은 초록이다. 세계 경제를 주도해온 미국 달러의 주조색이 초록이기 때문이다. 미국 지폐는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중반까지 변화를 거듭하다가 1913년에 규격이 통일되었다. 기축통화인 미국달러가 초록색이다 보니 어느 나라든 초록을 지폐의 기준색으로 받아들였다.

중세 유럽에서 초록은 행운과 불운, 희망과 좌절을 상징하던 색이다. 그 후 르네상스 시대에 도박의 색으로 의미를 확산하다가 미국 달러에도 적용되었다. 근대적 의미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지폐는 1893년에 발행한 호조태환권이다. 1960년에 세종대왕이 처음 역사적 인물로 지폐에 등장한 뒤 오랫동안 일만원권 초록색이 돈의 상징색으로 우리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지폐에서 초록의 위력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 오만원권 황금색, 중국 위안화의 붉은색, 유로화를 비롯한 유럽의 몇몇 국가에서는 보라색을 고액권에 적용했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쉽게 구분할 수 있게 액면가에 따라 지폐 색깔을 달리한다. 지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담은 상징물이다. 또한 돈은 작은 종이로 만든 괴물이자 행복을 보장하는 선물이다.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예쁜 색깔의 돈에서 향기가 나기도 하고 때로는 악취를 풍기기도 한다.

성기혁(경복대 교수·시각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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