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문희-김해숙-고두심, 나이 들지 않는 연기 열정이란 기사의 사진
활발한 스크린 활약을 펼치고 있는 중견 여배우들. ‘채비’의 고두심, ‘희생부활자’의 김해숙. ‘아이 캔 스피크’의 나문희(왼쪽부터). 각 영화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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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세 고두심
‘채비’로 7년 만에 영화 팬과 만나
62세 김해숙
‘희생부활자’서 극단적 모정 연기
76세 나문희
‘아이 캔 스피크’ 320만 관객 울려

고운 얼굴에 자연스럽게 패인 잔주름, 그 사이사이마다 인물의 삶이 녹아있다. 이들에게는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연기 내공이 묻어난다. 고두심(66) 김해숙(62) 그리고 나문희(76). 나이 들지 않는 실력과 열정으로 중무장한 여배우들이 올가을 극장가를 누비고 있다.

다음 달 9일 개봉하는 ‘채비’(감독 조영준)는 고두심이 ‘그랑프리’(2010)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스크린 복귀작이다. 극 중 그는 말기암 판정을 받은 뒤 지적장애인 아들(김성균)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엄마 애순 역을 맡았다. 몸만 커버린 자식을 건사하기 위해 억척을 떨며 살아가는 여인이다.

1972년 MBC 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고두심은 지난 45년간 수많은 역할을 선보여 왔다. 그 중 가장 익숙한 건 역시나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일 테다. 애순도 예상을 뒤엎는 캐릭터는 아니다. 그럼에도 끝내 관객을 울리고 마는 힘은 고두심의 연기에서 나온다.

고두심은 “현역에서 밀리지 않고 계속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행운이자 기분 좋은 일”이라며 “선의의 경쟁자가 많으면 더 힘이 나지 않나. 동년배 배우들이 꾸준한 활동을 통해 하나의 맥을 짚어가고, 나아가 하나의 역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해숙은 지난 12일 개봉한 ‘희생부활자’(감독 곽경택)로 관객을 만났다. 오토바이 강도 사건으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고 복수를 위해 살아 돌아온 엄마 명숙을 연기했다. 명숙이 아들 진홍(김래원)을 공격하면서 극은 미스터리한 방향으로 흐르는데, 김해숙은 이런 극단적인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김해숙은 “여배우가 할 작품이 없다는 얘기가 많은데, 중견 여배우로서 제가 그 짐을 지고 관객을 만나게 돼 행복하다. 후배들이 올라오는 길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 여배우도 나이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웃음과 감동을 솜씨 좋게 버무려낸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는 나문희의 열연으로 완성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외롭지만 강인하게 살아가는 옥분을 연기해 무려 320만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구청 직원(이제훈)에게 영어를 배운 옥분이 미 의회 청문회 증언에 나서는 클라이맥스 신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인물이 겪은 모진 세월의 격랑을 나문희는 말간 얼굴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김현석 감독은 “나문희 선생님은 어떤 순간에도 감정을 놓치시는 법이 없다. 촬영하면서 감탄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격찬했다. 나문희는 “후시녹음까지 마치고 나니 ‘내가 해냈구나’ 싶더라. 이 나이에 주인공을 하는 기분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웃었다.

중견 배우들의 활약은 영화계 전반을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빼어난 연기력을 갖춘 중견 연기자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며 “사회가 고령화됨에 따라 대중문화도 고령사회를 끌어안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중·저예산 영화 위주로 기획되는 한계가 있으나 이런 흐름은 점차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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