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늦가을 책읽기 기사의 사진
언제부터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을까. 당나라 사상가 한유가 언급한 ‘등화가친(燈火可親)’에서 비롯됐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선선한 가을밤은 등불을 가까이 하며 글 읽기에 좋다’는 고사성어처럼 이 시기엔 책을 옆에 두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는 것이다. 일제시대부터 이 말이 널리 쓰였다고 추정하는 부류도 있다. 1920년대 중·후반 당시 국내 신문에 ‘가을은 독서주간’이란 기사가 심심찮게 실렸다. 이후 독서의 달이 법으로 규정됐다. 정부는 1994년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 등에 따라 9월을 독서의 달로 지정했다. ‘가을=독서’가 공인된 셈이다.

세태의 변화는 독서의 절기를 빼앗았다. 어느새 가을과 독서가 무관한 사이가 됐다. 가을은 1년 중 책이 가장 적게 팔리는 계절이고 공공도서관 대출량이 연중 최저치다. 책읽기 좋은 때이면서 나들이하기 최적기이기 때문이다. 책 읽자는 구호만 난무할 뿐 실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은 아니라는 토로가 이어진다.

그렇다고 가을과 독서를 뗄 수 있을까. 한 작가는 한국의 가을은 파주(출판단지)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책이 있어야 비로소 가을이 있다고 한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지난 9월 1일부터 10월 12일까지 가을이란 주제로 블로그, 트위터 등에 올라온 글을 분석한 결과 압도적으로 많이 언급된 단어는 여행이었다. 이어 독서가 등산 등을 누르고 2위를 차지했다. 전반적인 도서 판매 감소 흐름과 달리 시집은 많이 팔렸다. 인터파크도서에 따르면 10월 1∼21일 시 집 판매량은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29% 증가했다.

책에는 글쓴이의 진솔한 노동이 고스란한 글로 들어있다. 그 글은 생각을 키우고 때로 삶을 전진시킨다. 다산 정약용은 귀양 살던 강진 동문 밖 서당에서 학동들을 가르치며 ‘독서일월(讀書日月)’이란 글을 남겼다. 일생에 책 읽을 시간이 너무도 짧음을 한탄한 내용이다. 점점 깊어가는 가을, 책 한 권 어떤가.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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