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검증] 10시15분 ‘세월호 구조’ 전화 지시?… 확인할 길이 없다 기사의 사진
휴대전화는 초기화돼 ‘깡통’
靑 전산망에도 기록 없어
캐비닛 문건서도 발견 안돼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15분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탑승자 전원 구조’ 지시 여부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는 지난 12일 박근혜정부 세월호 사고일지 사후조작 발표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전화 지시 근거를 찾기 위해 관련 자료들을 검토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근거 자료를 찾기 어렵다’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15분 휴대전화를 통해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전원 구조 지시를 내렸다고 박근혜정부는 밝혀 왔다. 하지만 청와대가 박근혜정부로부터 인수받은 청와대 업무용 휴대전화는 통화이력 등 모든 자료가 초기화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비서관 이상이 사용하는 업무용 휴대전화는 총무비서관실이 관리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박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전화를 비롯해 모든 전화기가 완전히 포맷된 상태였다. (새 전화기처럼) 어떤 내용도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가 각종 기밀사항들이 포함돼 있을 업무용 휴대전화를 초기화해 다음 정부로 넘겨주는 것은 관례다. 청와대는 휴대전화 내부 부품이 교체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청와대는 다만 휴대전화를 분석하는 ‘디지털포렌식’ 작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사용자를 확인하기도 어렵고,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을 위해서는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박 전 대통령이 김 전 실장에게 유선전화로 지시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청와대 내부 전산망에는 통화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이었던 김규현 전 외교안보수석은 지난 2월 헌법재판소에서 “통화기록은 1년 이상 보존이 안 돼 박 대통령과 김 전 실장 간 통화 기록은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 참사 당일 청와대 부속실·관저 일지를 열람하는 것이다. 박근혜정부 청와대 주장대로 오전 10시 서면보고를 받은 게 확인된다면 박 대통령이 지시를 내렸을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청와대 부속실·관저 일지를 확인하는 절차는 복잡하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해야 한다. 여야는 2013년 7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논란과 관련, 대화록 열람에 합의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세월호 보고서 사후조작 의혹 탓에 부속실·관저 일지에 제대로 된 기록이 남아있을지 의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잇달아 발견됐던 ‘캐비닛 문건’에도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대응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3월∼2016년 11월 1일 사이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세월호 관련 불법 지시를 내린 문서 정도만 드러난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세월호 참사 부실 대응 비판이 커지자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경우는 있지만 참사 당일 상황을 기록한 문건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관련 내용이 발견됐다면 언론에 발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당시 청와대 보고에 관여했던 청와대 참모들의 새로운 진술 등이 나오지 않을 경우 박 전 대통령의 구조 지시 의혹은 장기 미제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글=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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