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박재찬] 믿음의 반성문 기사의 사진
더 나아지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학생은 공부를, 운동선수는 실력과 기록을 더 높이고 싶어한다. 회사도 잘되고 돈도 더 많이 벌었으면 하는 마음도 자연스럽다. 신앙을 가진 이들은 어떨까. 크리스천 가운데서도 ‘좀 더 깊은, 확실한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기도제목을 종종 듣곤 한다. 요 몇 주 사이 접한 ‘뉴스메이커’들의 사연이 신앙인들에겐 흥미로울 것 같다.

나빌 쿠레쉬. 그의 삶은 짧지만 강렬했다. 파키스탄 출신의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의대 시절 크리스천 친구를 만나 성경을 읽으면서 회심했다. 이후 자신의 간증으로 복음을 전하면서 기독교 변증가와 작가로서의 길을 걸었다. 저서 ‘알라를 찾다가 예수를 만나다’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세계적인 기독교변증단체 라비 재커라이어스(RZIM) 국제사역팀 일원이었던 그는 1년 넘게 암과 싸우다 지난달 34세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삶은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한 예수를 만난 뒤 ‘열혈 전도자’로 변신한 사도 바울을 떠올리게 한다.

쿠레쉬보다 열 살쯤 많은 이정훈 울산대 법학과 교수는 한국판 사도 바울이라 할 만하다. 동국대 불교학과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군종장교(군법사)로 임관해 포교를 위해 군법당까지 지었다. 사회 개혁을 위해 학승(學僧)이 되겠다던 그는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의 출범 공신이기도 하다. 종자연의 주된 일은 ‘기독교 공격, 교회 타파’였다. 그랬던 그가 개신교로 개종한 사건은 드라마틱하다. 10년 전쯤 그는 개신교에 대한 공격 포인트를 찾으려고 한 방송 설교를 시청하다가 “내가 죄인입니다”라는 설교자의 고백에 고꾸라졌다. 즉시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과 예수가 믿어졌다고 한다. 그는 요즘 한국교회에서 가장 바쁜 간증 강사로 활동 중이다.

토머스 앤드루(60) 박사의 삶은 또 다른 울림을 준다. 그는 자살이나 타살 같은, 이상이 있다고 판단되는 시신의 사인을 판정하는 의사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 뉴햄프셔주 검시관으로 일하다가 지난달 은퇴했다. 이후 목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신학 공부를 준비 중이다. 그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지난해 그가 부검한 시신만 250구. 1인당 연간 부검 수가 이 정도에 달하면 검시관 인력이 부족한 상황으로 분류된다. 이렇게 ‘일감’이 많아진 이유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 특히 젊은이들의 죽음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약물 중독과 오·남용으로 죽은 시신만 수천명을 손수 확인한 앤드루 박사, 그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죽음의 원인을 파헤친다고 이들을 살릴 수 없다’는 것. 그가 찾은 해법은 ‘영적인 문제로 죽음을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사연 속에서 의문이 밀려들었다. 신은 왜 30대 중반의 ‘충실한 사명자’ 쿠레쉬를 그토록 일찍 데리고 갔을까. 뼛속까지 불교신자였던 이 교수를 회심케 한 믿음과 구원의 본질은 뭘까. 환갑 맞은 앤드루 박사가 선택한 제2의 인생은 그의 결정일까, 신의 계획일까. 평소 궁금해 하던 신앙, 또는 신학적 궁금증을 일깨워준 뉴스메이커들이었다.

나름 좀 더 깊은 믿음을 가져보고 싶어 명설교자로 꼽히는 S목사의 베스트셀러 ‘믿음’ ‘구원’ 시리즈 책 4권을 구입한 게 수개월 전이었다. ‘시간을 내서 읽어야지’ 다짐만 하고 있던 차인데, 지난 26일 한 교계 언론에 S목사와 관련된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이성 성도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담임목사직에서 해임됐다는 소식이었다. 관련 뉴스를 읽어 내려가는데 책장에 꽂혀 있는 그의 책들이 자꾸 떠올랐다. ‘그 책들을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버려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드는 것 자체가 나의 연약한 믿음 탓이리라.

내 믿음의 정체는 뭘까. 하나님 그 자체보다 평판 좋은 목회자나 신앙 서적에 의지해 믿음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성경보다는 극적인 신앙 이야기를 지닌 뉴스메이커들 속에서 믿음의 잣대를 들이대고 평가했던 건 아닐까. 무엇보다도 실수투성이 인간을 향해 쉽게 감동하고 쉽게 실망하는 건 아닐까. 오는 31일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쓰는 믿음의 반성문이다.

박재찬 종교부 차장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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