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우성규] 기준금리 기사의 사진
돈은 단 하루도 놀려선 안 된다. 금융이 낯설던 조선시대에도 개성상인들은 남달랐다. 시변(時邊)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운영했다. 결제일은 언제나 매월 마지막 날로 고정이다. 이자율은 매달 1∼5일에 빌리면 월 1.25%이다. 6∼10일에 빌리면 1.0%, 11∼15일은 0.75%, 16∼20일은 0.50% 식이다. 닷새마다 0.25% 포인트씩 이자를 낮췄고, 25일 이후엔 이자를 물리지 않았다. 달마다 5일 간격으로 이자율이 뚝뚝 떨어지기에 낙변(落邊)이라고도 불렀다.

담보는 따로 없다. 월초의 여유자금을 높은 이자로 맡기고, 월중에 돈이 필요하면 낮은 이자로 빌려 그 차이만큼 이익을 얻었다. 짧은 기간에도 여유자금을 놀리지 않았던 것으로 오늘날 금융기관 사이 단기자금을 주고받을 때 쓰는 콜금리와 유사했다.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도 초단기금리다. 은행은 금융소비자의 인출에 대비해 중앙은행인 한은에 지급준비금이란 돈을 예치해야 한다. 이게 하루 단위로 은행마다 적거나 많을 수 있다. 여유 있는 은행이 부족한 은행에 담보 없이 짧게 빌려줄 때 의존하는 금리가 바로 한은이 정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 입찰 때의 기준금리다.

지난해 6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린 연 1.25%로 낮춘 이후 16개월째 동결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역대 최저 금리의 역대 최장 동결 타이기록이다. 한은은 2009∼2010년 16개월간 금리를 동결하다 17개월째 금리 인상으로 돌아선 바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는 구간으로 표시한다. 현재 연 1.0∼1.25%다. 미국도 예전엔 우리식 연 1.25%처럼 단일 목표를 가지고 운영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바뀌었다. 양적 완화, 즉 추락하는 경기를 막기 위해 돈을 마구 풀다보니 제로 금리로도 모자라 다량의 채권을 사들이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러자 연준이 목표한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경향이 생겨났고, 결국 연 1.0∼1.25%처럼 구간으로 표시하게 됐다.

시장은 미 연준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을 90% 이상으로 본다. 한은도 이주열 총재가 얘기했던 금리 인상 조건들이 하나둘 채워진다고 보고 있다. 올해 성장률은 3%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물가는 큰 변동이 없다. 금리 상승기 고통을 겪을 수 있는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도 마련됐다. 저금리의 종언과 긴축의 시대, 현명한 부채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글=우성규 차장,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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