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고승욱] 유네스코 분담금 기사의 사진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의 1년 정규예산은 4000억원이 조금 못된다. 2015년 말 제38차 유네스코 총회에서는 2016∼2017년 2년간 정규예산으로 6억6700만 달러(약 7500억원)를 결정했다. 정규예산은 유네스코 195개 회원국이 내는 분담금으로 충당된다. 주로 인건비, 시설비, 고정사업비로 사용된다.

반면 비정규예산은 국제기구나 단체, 회원국이 특정 사업을 위해 비정기적으로 내는 기부금 성격의 돈이다. 2016∼2017년도의 경우 총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정규예산(46%)보다 약간 많은 47%지만 조직을 유지하고 운영하는 돈은 모두 정규예산에서 편성한다. 우리나라 문화체육관광부 외청인 문화재청의 2017년 예산이 6700억원(문화재보호기금 1200여억원 제외) 수준이니 유네스코의 규모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얼마 전 유네스코 탈퇴를 선언한 미국에 부과된 2017년도 분담금은 7200만 달러(약 812억원)다. 유엔의 행정과 예산을 담당하는 총회 산하 제5위원회는 3년마다 회원국의 국민소득, 외채 등 경제지표를 기준으로 분담률을 결정하는데 유네스코 역시 이 기준에 따라 회원국에 분담금 액수를 통보한다. 2017년도 분담률은 미국 22%, 일본 9.68%, 중국 7.92%, 독일 6.39%, 프랑스 4.86%, 영국 4.46% 순이다. 우리나라는 호주에 이어 세계 13위, 2.04%로 668만 달러(약 75억2000원)다. 많고 적음은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경제규모를 생각할 때 힘겨운 수준은 아니다. 분담금은 아주 적은 금액이라도 내도록 회원국 모두에게 부과된다.

유네스코는 지금 위기다. 고대 이집트 람세스 2세가 세운 아부심벨 신전 유적 보호를 위해 전 세계에 모금운동을 제안해 성공했던 초기 유네스코가 아니다. 헌장에 명시된 ‘인류 보편의 가치’가 ‘돈의 가치’에 밀리고 있다. 미국은 최다 분담금을 구실로 탈퇴와 가입을 반복하며 유네스코를 정치적으로 압박한다. 일본은 한술 더 뜬다. 단순한 홍보를 넘어 과거 제국주의 시대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는데 유네스코를 이용한다.

최근 유네스코가 일본군 위안부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결정을 보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공식발표는 없었지만 일본의 로비가 통했다는 게 정설이다. 일본이 유네스코에 내는 돈은 1년에 3200만 달러(약 357억원)에 불과하다. 이런 수준이면 차라리 세계유산 등재 제도를 없애는 게 낫다.

글=고승욱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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