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세부기준안 없던 일로… 당국 “순수 소득만 과세”

이사비·도서비·휴가비 등 기존 30여개 기준 백지화

종교인 과세 세부기준안 없던 일로… 당국 “순수 소득만 과세” 기사의 사진
과세 당국이 종교인 과세 세부기준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당초 7개 종단에 배포했던 이사비, 도서비 등 30여개에 달하는 세부과세기준(안)을 백지화하고 “목회자 순수 소득에만 과세하겠다”고 돌아선 것이다. 다만 종교인과 종교단체 회계가 철저히 구분된다는 조건 아래서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다음 달초 과세 당국과 종교인이 참여하는 공개 토론회를 개최키로 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장로회총연합회(한장총)를 대표해 종교인 과세와 관련된 의견 창구 역할을 맡은 ‘한국교회와 종교 간 협력을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특별위)는 지난 27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관계자들과 만나 3차 토론회를 열었다.

애초 기재부가 제시한 세부과세기준안에는 휴가비와 이사비, 건강관리비, 의료비, 접대지원비 등 30여개 세세한 과세 기준이 제시됐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일 뿐이지만 종교인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했다. “휴가비, 이사비까지 과세하려 드는 일은 기독교를 옥죄려는 일”이라는 등의 반발이 종교인들에게서 나왔다. 이같이 종교계 반발이 심해지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0일 김영근 성균관장을 만나 “종교계가 공통으로 해당하는 과세기준을 실무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3차 토론회에서 기재부 관계자는 목회자의 순수 소득인 사례비와 생활비, 상여금 등에 대해서만 과세하겠다는 의견을 특별위에 전했다. 하지만 선행돼야 할 과제가 있다. 종교단체(교회) 회계와 종교인(목회자) 회계로 구분하는 ‘구분회계’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조건에서다.

통장, 장부 등을 교회용과 목회자용으로 나눠 준비하고 혹시 있을 세무조사는 목회자 회계장부만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복안이다. 휴가비와 이사비, 건강관리비 등은 목회자 개인 통장이 아닌 교회의 재정에서 지출돼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과세는 회계장부를 통해서 할 수밖에 없다”며 “재정을 구분해 순수하게 급여와 사례비, 생활비, 상여금만 지급한다면 이에 대해서만 과세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종교인 과세법(소득세법) 시행령을 11월 중 일부 재개정하기로 했다.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시행령을 고쳐 종교단체 범위를 명확하게 할 것”이라며 “(비영리)법인이 아닌 종교단체도 종교인 과세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음달 8일에는 고형권 기재부 1차관과 최 실장 등 정부 책임자들과 특별위가 공개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한기총 한교연 한장총 대표들도 함께할 예정이다. 과세 당국은 이날 조율한 의견을 바탕으로 안내책자(매뉴얼)를 제작해 다음달 중순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종교인 과세가 유예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종교인은 여전히 형평성 있고 납득할 수준의 과세 준비를 요구하고 있다.

종교인 소득 과세 시행 2년 유예법안(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다음달 중 심사하게 된다. 예산부수법안으로 기재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되며 예산부수법안 처리 시한은 12월 2일까지다.

김동우 기자, 세종=신준섭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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