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탈세와 절세 사이 기사의 사진
탈세와 절세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세법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합법과 불법의 경계는 쉽게 허물어진다. 세무조사는 과세 당국과 납세자의 세법 해석 차이를 규명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둘의 관점은 같은 듯 다르다. 납세자가 과세에 불복해 법원을 찾는 사례가 매년 느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세소송은 2011년 1697건에서 2015년 2026건으로 증가했다. 국세청이 패소해 돌려준 금액이 2015년 한 해만 2조4989억원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가족의 세금 논란이 뜨겁다. 비판하는 측은 ‘쪼개기·꼼수·편법 증여’라며 날을 세웠다. 사실상 탈세란 주장이다. 옹호하는 쪽은 ‘납세자의 정당한 권리’라고 거들었다. 절세라는 얘기다. 세법의 눈으로 보면 후자가 맞다. 홍 후보자의 행위는 위법과 불법이 아니다. ‘세테크’에 다름 아니다. 세법을 최대한 활용해 세금을 아낀 것이다. 유사한 사례가 숱하다. 수십조원의 글로벌기업을 십수억원의 세금만 내고 물려받은 경우도 있다.

문제는 그가 장관 후보자란 점이다. 장관 자리는 실정법 저촉 여부보다 더 큰 도덕적 멍에를 져야 한다. 홍 후보자는 지금까지 ‘부의 대물림’에 대해 누구보다 매섭게 질타했다. ‘탈세와 절세’의 간극을 따지기에는 추상같았던 본인 삶의 궤적이 오히려 부메랑이 돼 발목을 잡은 형국이다. 과거 인사 청문회에서 여러 후보자를 비슷한 사안으로 얼마나 혹독하게 몰아붙였나. 그 짐을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다.

장관이 추진하는 정책이 제대로 성안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입법, 예산의 지원, 여론의 동향 등 세 가지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홍 후보자는 출발도 하기 전에 국회의 반감과 여론의 냉대에 맞닥뜨렸다. 청와대와 여권은 그를 총력 엄호하고 있다. ‘불법으로 인한 결격 사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해되지 않는 바 아니다. 헌법보다 국민정서법이 상위 규범으로 작동되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으면 말이다.

정진영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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