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심 공동화·고령화·재정난까지… ‘교계의 허리’ 중형교회가 무너진다

목회사회학연구소, 수도권 25개 교회 심층 인터뷰

구도심 공동화·고령화·재정난까지…  ‘교계의 허리’ 중형교회가 무너진다 기사의 사진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가 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교회 마지노선 중형교회'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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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A교회는 최근 옛 도심 공동화와 고령화를 정면으로 맞고 있다. 2002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도시개발 목적으로 추진한 뉴타운 사업이 중단되면서 주민 다수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3000명이 다니던 교회 인근의 초등학생 수는 이제 700명 남짓 남았다. 젊은 교인들은 자녀교육을 이유로 교외로 떠나고 남은 교인은 60대 이상 노년층이 대다수다.

#경기도 안양의 구도심 지역에 있는 B교회. 한때 교인이 700명 정도에 이른 중형교회였다. 1970∼80년대 당시 교회 부흥기를 맞아 예배당을 크게 지었다. 하지만 최근 교인은 200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1년에 나가는 이자와 관리비만 2억원이다. 예배당을 팔 수도 없고 팔려고 내놔도 주택 지역에 있어 사려는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

‘교회 허리’ 중형교회 침체 왜

중형교회가 무너지고 있다. 도심 공동화와 노령화 등으로 침체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 같은 여파는 ‘교회의 미래’ 20∼30대 교인 급감과도 맞물리면서 교회 재정난과 신앙의 보수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 교수)는 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교회 마지노선 중형교회’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연구소는 거룩한빛광성교회(정성진 목사) 후원으로 지난 2∼9월 서울·경기도에 위치한 출석교인 300∼1000명 규모의 중형교회 25곳을 인터뷰한 결과를 발표했다.

중형교회들은 1960년대부터 도심에 자리 잡은 뒤 70∼80년대 도시로 인구가 급격히 몰려 부흥기를 맞았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젊은 세대가 급감하면서 쇠퇴기에 접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0대 기독교인은 1995년 333만5988명까지 늘었다가 2005년 276만1863명, 2015년 241만3709명 등으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 40∼70대는 1995년 239만940명에서 2005년 328만304명, 2015년 482만2740명 등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중형교회에 새신자가 유입되지 않고 기존 교인들만 남다보니 교회 내 의사결정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점이다. 한 목회자는 “오래된 중형교회는 장로 1명에 딸린 일가친척, 사돈까지 합해 100명이 넘는다고 봐야 한다”며 “일종의 ‘씨족사회 권력’이 형성된다”고 표현했다. 합리적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점차 교회가 보수화된다는 얘기다. 젊은 세대가 들어올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설상가상 재정 파탄은 예고된 시한폭탄이다. 1990년대까지 중흥기를 맞아 예배당을 확장하거나 교외에 기도원을 지었지만, 교인이 줄면서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이에 더해 은퇴 노년층이 늘고 젊은 세대가 감소하면서 중형교회의 재정난은 심화되고 있다.

중형교회 1세대 목회자들이 은퇴하고 세대교체를 하는 과정에서 불거지는 갈등도 심각하다. 은퇴한 목사의 원로목사 대우 문제와 관련한 지침이 없어 분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은퇴비용을 과하게 요구해 평생 존경받던 목회자의 평판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신임 목사를 청빙하는 과정에서 젊은 세대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기성세대의 취향만 고려해 갈등이 불거지기도 한다.

청장년층에 맞는 프로그램 절실

전문가들은 합리적 교회운영과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실천신대) 교수는 “합리적 교회운영과 함께 청장년층에 맞는 교회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젊은 세대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며 “또 중형교회가 예배당을 지역사회와 공유하거나 효도관광을 확장하는 등 지역 주민센터·기관과 협력해 지역교회로 자리 잡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대교체 문제에 대해서는 부목사와 일반 교인 리더십을 성장시켜 교회 리더십 구조의 고착화 방지를 주문했다.

정재영 실천신대 교수는 “중형교회가 지향할 지점은 대형교회가 아니다”면서 “피라미드식 상명하달 조직이 아니라 수평적인 의사소통이 자리 잡도록 다양한 위원회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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