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不은 對中 굴욕외교인가 체면 세워주기인가 기사의 사진
“3不은 양날의 칼이다
한국이 지키지 않으면
관계 더 악화될 수 있어”
“정부 기존 입장 재확인
중국 체면 살려주면서
관계 정상화를 얻어내”

한·중 양국이 사드(THAAD)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3불(不)’ 문제가 불거졌다. 3불은 ‘사드 추가 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우리 안보 전략을 내준 굴욕외교라는 비판이 있는 반면,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사드 갈등을 봉합했다는 반론이 공존한다.

양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관계 개선 협의 결과엔 세 가지 사안에 대한 중국 측의 우려가 적시돼 있다. 우리 측의 입장은 ‘그간 정부가 밝혀온 관련 입장을 다시 설명했다’고만 돼 있다. 발표문만 놓고 보면 중국은 우려를 표했고 한국은 입장을 설명했다는 게 전부다.

중국 정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을 내세워 “한국이 3불을 약속했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다른 국가와의 협의 결과를 아전인수 식으로 선전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 이후에도 중국 외교부는 “한국 측은 전술핵무기를 배치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충실히 지킬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세 가지 내용은 정부가 대내외적으로 밝혀 온 기존 입장을 다시 한 번 설명한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이면합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 “중국 정부가 ‘약속’이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중국 측에 문제를 제기했고, 이후 그 표현이 ‘입장 표명’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정부가 새로 내준 것 없이 기존 입장을 재확인해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관계 정상화를 얻어냈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평가다. 정부는 한·중 협의 결과는 양국 간 공식적인 합의문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 등 안보상황이 달라지면 정부 입장도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실 사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위신과도 결부된 문제였다. 그동안 중국 내부에선 ‘박근혜정부가 시 주석을 능멸했다’는 정서가 만연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한·미가 사드 배치를 확정 발표하기 열흘 전 중국을 찾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시 주석에게 “사드 도입은 결정된 바 없다”고 한 게 결정적이다. 결국 우리 입장에서는 사드 배치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중국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고, 이를 통해 시 주석과 중국의 체면을 세워준 효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양국 정상 간 신뢰회복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사드 배치는 핵심 이익 침해라고 단호하게 밝혔던 시 주석으로선 철회 확약을 받지 못하고 체면을 구긴 것”이라며 “중국 역시 불만족스럽지만 한·중 관계 개선이 국가 이익과 국제질서 형성에 중요하다는 인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3불을 명시적으로 밝힌 점은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 학자들은 ‘한국이 3불을 약속했기 때문에 이를 지키면 관계가 개선되겠지만 어길 경우 지금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며 “3불을 발표문에 넣은 건 양날의 칼”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정부가 외부 정세 변화로 입장을 바꾼다면 중국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했다.

외교부는 가까운 시일 내 강 장관의 중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르면 이달 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관계 개선 후속 조치와 문재인 대통령의 연내 방중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권지혜 조성은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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