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전석운] 우려도 많은 트럼프 방한 기사의 사진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시작됐다. 하와이 태평양사령부 방문을 시작으로 5일 일본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한국 땅을 국빈 자격으로 밟는다. 이후 중국 베트남 필리핀을 순차 방문하는 그는 아시아 순방을 위해 13일 동안 워싱턴을 비운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지구 반 바퀴 이상을 날아가야 하는 아시아 순방에 이보다 많은 일정을 할애한 사람이 없었다. 1992년 아시아 순방에 나선 조지 H W 부시 당시 대통령은 11일간 빡빡한 일정을 강행하다 당시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총리 바지에 구토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체력과 집중력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는 오히려 순방 일정을 당초 12일에서 하루 더 늘렸다. 일부에서는 러시아 유착 의혹 수사로 국내에서 정치적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통해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그의 의도가 무엇이든 북핵 문제에서 성과를 낸다면 우리로서는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은 기대보다 우려가 많다. 그가 설득력 있는 북핵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또 다른 말폭탄으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갈수록 잦아지는 그의 대북 군사옵션 발언과 북한 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조롱은 미국의 선제타격이나 북한의 오판에 따른 전쟁을 초래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가 한국 체류 중 방위비분담금 인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시사하는 발언을 할 경우 반미 감정이 불거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민들이 자신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깊이 헤아리지 않는 것 같다. 특히 ‘전쟁을 하더라도 저쪽(한반도)에서 하고, 수천명이 죽더라도 저쪽에서 죽지, 이쪽(미 본토)에서 죽지 않는다’는 발언은 한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공화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이 지난 8월 NBC 방송을 통해 공개한 이 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한·중·일 순방을 통해 북핵 해법의 돌파구가 만들어지리란 징조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중국이 제재 수위를 조금 더 높인다 하더라도 당장 내년이면 완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중단될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그의 메시지는 불분명하고, 일관성이 없으며, 위험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그가 임명한 장관들과 따로 놀았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김정은을 만나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는 “북한과의 대화는 시간낭비”라고 일갈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외교적 노력을 지지하고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 “폭풍 전 고요” 같은 표현으로 마치 전쟁이 임박한 것처럼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다보니 조지프 디토머스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 같은 전문가조차 “30년 넘는 외교관 생활을 했지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미국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바라보는 한국민의 차가운 시선은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3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한국민의 신뢰는 17%로 동아시아 순방 5개국 중 가장 낮다. 같은 조사에서 일본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24%로 낮게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아시아 핵심 동맹국들로부터 지지를 못 받고 있는 것이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안보 불안을 부추기고, 동맹국들의 팔을 비틀어서 자국 지지자들의 환심을 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을 갉아먹는 행위라는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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