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역대정권 관행?… 막 써도 되는 통치자금 없다 기사의 사진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전두환·노태우 재판 때도
통치자금 항변했지만 유죄
朴, 변호사비 4억 현금 지급

박근혜 전 대통령의 40억원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일각에선 이른바 ‘통치자금 활용’ 가능성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이 국정원 등의 특활비를 받아 재량껏 쓰는 건 과거 관행적으로 이뤄졌으며, 국정운영 활동에 들어갔다면 뇌물죄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논리다.

그러나 검찰은 돈 사용처와 상관없이 국정원을 관리·감독하는 대통령이 그 특활비를 갖다 임의로 쓴 자체가 ‘국고를 뇌물로 받은 행위’라고 확신한다. 검찰의 한 간부는 5일 “특정 공무원이 법 테두리를 벗어나 마구 국가 예산을 쓴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범죄가 아닌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통치행위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 여러 선진국에서도 사법적 판단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통치자금은 통치행위 목적의 돈이란 뜻으로 쓰이지만 실상 어느 법전이나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때부터 등장한 신조어로 알려져 있다.

재벌 총수들에게서 수천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던 전·노 전 대통령은 재판에서도 “국정 수행과 정국 안정을 도모하려 자금을 수수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뇌물죄 유죄를 확정했다. 법원은 “정당운영 자금 등으로 썼다 해도 이는 뇌물의 사용처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2003년 대북송금 사건 때는 피고인들이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통치행위 차원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정상회담과 밀접한 관련이 있더라도 대북송금 자체를 통치행위라 볼 수 없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 행위는 사법 심사 대상이 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 전달받은 40여억원의 최종 귀속자, 사용권자는 박 전 대통령이라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대통령 관저로 국정원 돈 2억원을 배달시킨 것으로도 파악된 상태다.

대통령 업무 지원 목적의 청와대 특활비가 연간 200억원 이상 편성돼 있었던 점, 영수증 한 장 없이 은밀하게 돈이 전달된 점 등에 비춰 청와대로 들어간 돈은 다분히 박 전 대통령 개인 용도에 쓰였을 공산이 크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과 뇌물재판 과정에서 4억여원의 변호사비를 전액 현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참모진이나 정치인 격려금 등으로 활용됐다 해도 국고를 뇌물로 받아 나눠먹기한 불법성이 줄지 않는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2009년 대통령 특활비 12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정삼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재판 당시 법원은 “특활비는 성격상 회계처리의 예외가 인정되는 것일 뿐 업무상 정당하게 집행될 때까지 국고로서의 성격이 소멸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사용처 수사는 박 전 대통령의 개인 비서 노릇을 했던 이영선·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 조사가 중요 열쇠가 될 전망이다. 두 사람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간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