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조영태] 58년 개띠가 특별한 이유 기사의 사진
태어난 연도와 띠를 묶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8년 개띠’는 우리에게 참으로 친숙하다. 다른 연령에 태어난 사람들은 절대로 받지 못하는 이 ‘특별대우’가 왜 생겼는지 그 이유가 확실하게 설명된 적은 없다.

한국전쟁 이후 한 해에 태어난 사람의 수가 약 70만∼80만 명이었는데 58년에 갑자기 거의 100만 명에 달하는 신생아가 태어났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설도 있고, 이들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들어갈 때 본고사가 면제된 소위 뺑뺑이 세대를 열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또 전쟁 이후 학교와 교사의 수는 적고 시설도 열악한데 갑자기 커진 학령인구가 입학해서 이들이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열악한 교육 환경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고, 또 그만큼 서로 경쟁도 더 치열했기 때문에 그 어떤 연령에 비해서도 어려운 삶을 살았다는 설도 있다. 아마도 이 모든 이유가 복합돼 58년 개띠에 태어난 사람들을 특별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인구학을 전공하는 필자에게 58년 개띠는 정말로 특별하다. 이들이 과거에 걸어왔던 경험들보다도 내년부터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앞으로 고령사회가 된 우리나라가 어떻게 바뀌어 갈 것인지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

58년 개띠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노동시장에서 물러난다. 물론 임금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 혹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일을 하겠지만 정규직으로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58년 개띠의 은퇴가 우리사회에 갖는 의미는 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은퇴 연령인 만 60세가 된 사람들의 수는 2015년 약 58만 명, 2016년 약 68만 명이었다. 올해는 약 67만 명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내년에는 58년 개띠 약 72만 명이 만 60세가 돼 은퇴를 경험하게 된다. 이들로부터 시작되어 앞으로 매년 은퇴연령에 도달할 사람의 수는 계속 늘어나는데, 2022년에는 약 88만 명에 달할 것이다. 그야말로 은퇴자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이고 58년 개띠가 그 선봉에 서 있다.

내년부터 58년 개띠는 급증하는 은퇴 인구들이 앞으로 우리나라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보여줄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고령인구가 늘어나면 사회가 어떻게 바뀔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 왔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경험한 적은 없다. 예컨대 고령자가 늘어나면 실버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10년도 넘게 해 왔지만 실제로 어떤 실버산업이 얼마나 형성이 되어 있는지 가늠할 수준조차 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은퇴하는 인구가 그다지 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 해에 70만 명이 은퇴연령에 들어서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58년 개띠 덕에 실버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말이 아니고 이들이 시장에서 어떠한 행태를 보이는지가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시장의 행보를 알려줄 것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시장은 소비시장만이 아니라 고령자들의 노동시장도 포함된다. 뿐만 아니다. 58년 개띠가 은퇴 이후에 은퇴 이전과 비교해 그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는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58년 개띠가 은퇴한다. 예전에는 조기퇴직이 대세였기 때문에 은퇴하면서 퇴직금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만 60세 정년에 은퇴하는 경우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두둑한 퇴직금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들은 만 62세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할 수 있어 1년 만 어떻게든 버티면 되겠지만 국민연금만으로 생활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이들은 자영업이건 사업이건 뭔가를 시도할 수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준비해 놓은 자금이 없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이 적금을 깨고 보험을 해지하는 것이다. 그동안 자금의 유입이 대세였던 금융시장에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한다.

또 빠듯한 생활비로 현찰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살고 있던 집을 담보로 역모기지 대출을 받든지 보다 저렴한 집으로 갈아타고 부동산 시장의 실수요자에서 빠져 나간다. 그동안 언제나 수요가 초과되었던 부동산 시장에 수요가 급감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자영업이나 사업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경우 소위 아르바이트로 노동시장에 다시 들어간다. 그동안 비정규직에 계약직이어도 청년들이 주로 차지해 온 노동시장에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 청년들이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58년 개띠들이 은퇴 후 우리사회에 가져올 개연성 높은 시나리오들이다. 그리고 이것이 필자가 58년 개띠를 정말로 특별하게 지켜보는 이유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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