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日로 ‘취업 엑소더스’… 청년들 못 잡는 韓 기사의 사진
무협, 日서 취업 143명 설문
근무환경·미래 비전 등
직장 만족도 57.8% 달해

심각한 취업난·근로조건 등
한국 현실과 씁쓸한 대비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의 절반 이상이 현지 직장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취업난을 뚫고 취직하고도 혹독한 현실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 국내 사정에 비춰볼 때 씁쓸함을 자아낸다.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는 일본에서 취업한 청년 143명을 지난 8∼10월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57.8%가 ‘현 직장에 만족한다’고 답했다고 8일 밝혔다. ‘보통이다’(26.7%)를 빼면 ‘불만족스럽다’는 답변은 15.5%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79.7%는 입사 2년 미만이며 65.7%는 IT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조사를 담당한 김정철 무협 도쿄지부 취업담당 부장은 “만족도가 생각보다 높게 나와 깜짝 놀랐다”면서 “수년 전에는 취업해도 20∼30%만 남고 다 한국으로 돌아갔었다”고 말했다.

일본 취업이 만족스러운 이유는 우선 일본 기업 태도가 달라져서다. 최근 극심한 구인난에 직면한 일본 기업은 외국인에게 취업문을 열기 시작했다. 한국 청년들은 차별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고 털어놓는다. 지난해 일본 중견 IT 기업 P사에 취직한 조모(25·여)씨는 “처음엔 한국 사람을 낯설게 봤지만 지금은 가끔 같이 한국 음식점에 갈 정도로 배려받는다”고 말했다.

경력을 쌓으면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길 기회가 많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일본 취업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을 때 24.8%가 ‘미래 비전이 있어서’, 19.6%가 ‘좋은 근무환경’이라고 답했다. ‘한국에서 취업이 어려워서’는 19.0%로, 주된 이유가 아니었다. 김 부장은 “일본에선 스펙 대신 능력과 추천 위주로 이직 시장이 형성돼 있다”면서 “글로벌 기업은 일본 근무 경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업무 강도가 한국에 비해 낮고 여가시간이 보장되는 점도 한국인 청년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인이다. 연봉은 입사 1∼2년차에는 한국과 비슷해 가장 큰 불만요인이지만 3년 정도 지나면 역전돼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일본 특유의 종신고용 문화로 고용 안정성도 크다.

하지만 일본 취업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일본 취업의 단점을 묻자 ‘외국생활의 외로움’(21.8%), ‘부족한 생활정보’(17.4%), ‘높은 물가’(16.8%) 등의 답변이 많았다. 일본 취업 청년들은 “일본에서 직업이 본인 적성에 맞는지, 매뉴얼 중심의 치밀한 조직문화에 적응할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해보라”고 충고했다.

그럼에도 일본으로 건너가 취업하려는 청년은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해마다 수십만명씩 인구가 줄고 있다. 2025년 IT 분야 인력 부족이 482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일본 IT협회는 인력 유치를 위해 이달 서울지사를 설립한다.

취업 전문가들은 “필기시험과 스펙 위주의 채용,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장시간 근로 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청년들이 계속 일본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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