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고승욱] 해외파병법 기사의 사진
국군의 해외파병은 1964년 시작됐으니 역사가 50년이 넘는다. 첫 파병지는 베트남이었다. 1973년까지 32만명이 투입됐고, 사망·실종자만 약 5000명이었다. 첫 파병의 끔찍했던 기억이 너무 강렬해 이후 군대를 외국에 보내자는 말은 누구도 감히 꺼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현재 4개 부대 1000여명이 해외에서 활동 중이다. 개인파병을 포함하면 무려 13개국에 우리 군인이 나가 있다. 레바논의 동명부대와 남수단의 한빛부대는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을 상징하는 파란 헬멧을 쓰고 임무를 수행한다.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파병된 청해부대는 유엔 안보리 해적소탕 결의로 구성된 다국적군에 참여한 경우다. 아크부대는 자국 군대의 수준을 높이려는 아랍에미리트 정부의 요청을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면서 파병이 이뤄졌다.

1991년 걸프전에 다국적군으로 참전할 때 전투병을 보내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국회에서 파병동의안이 통과된 것을 생각하면 많이 달라졌다. 부대원은 현역 군인을 대상으로 1년에 두 번 모집하는데 경쟁이 치열하다. 2011년 청해부대의 아덴만 여명작전이 알려진 뒤 명분만 뚜렷하다면 전투부대 파병도 어느 정도 용인되는 분위기다.

헌법 60조 2항에는 해외파병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적혀 있다. 파병 절차를 규정한 ‘UN PKO 참여법’은 정부가 국회에 보내는 파병동의안에 반드시 파병 기간을 명시토록 했다. 2015년 이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도 정부는 늘 파병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고 매년 국회에 기간연장 동의를 구했다.

며칠 전 이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매년 그랬듯 격론이 벌어질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국회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계류된 해외파병법을 어떤 식으로든 처리해야 한다. UN PKO 참여법은 동명·한빛부대에만 적용된다. 젊은이들이 조국을 위해 외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데 관련법조차 만들지 못하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다.

글=고승욱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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