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통계청 사회조사 기사의 사진
통계의 힘은 세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을 걷어낸 뉴딜정책 성공의 이면에는 통계의 뒷받침이 있었다. 엄혹한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확한 실업자 수 파악이 관건이었다. 1000만 명에서 2500만 명까지 추정되는 등 당시 실업자 집계는 주먹구구였다. 미국 연방의회는 정부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전수조사를 제안할 정도였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통계학자들은 인구의 0.5%를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 실업률은 물론 소득의 극심한 양극화 실태까지 확인했다. 통계가 불황 극복의 필수 자료를 제공한 셈이다.

‘빅데이터를 지배하는 통계의 힘’은 2013년 일본의 니시우치 히로무가 쓴 책이다. 출간 3개월 만에 40만부가 팔려 경제경영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지금도 회자되는 스테디셀러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인 빅데이터가 통계에 바탕하지 않고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책은 통계가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도구를 넘어 삶의 전 영역에 관여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통계청은 지난 7일 ‘2017 사회조사’를 발표했다. 이 통계는 사회적 관심사항, 삶의 질에 관한 사항 등 사회구성원의 주관적 인식을 가늠하는 것이 목적이다. 1977년 시작됐으며 2년마다 5개 부문을 조사한다. 올해는 복지, 사회참여, 문화와 여가, 소득과 소비, 노동 분야에 걸쳐 전국의 3만9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결과는 우리 사회의 맨얼굴을 실사로 그린 자화상이다. 녹록지 않은 현실이 그대로 담겼다. 국민의 3분의 1은 노후대책이 없었고, 중학생의 꿈이 공무원이라 할 만큼 내일에의 기대는 옅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계층 사다리’의 실종이었다. 열심히 노력하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질문에 부정적 응답이 아주 많아졌다. 8년 전 본인세대와 자녀세대의 신분 상승 가능성에 대해 각각 36.4%와 48.2%가 ‘그렇다’고 대답했으나 이번에는 22.7%와 29.5%로 대폭 낮아졌다. ‘수저계급론’의 고착화가 확인된 것이다. 통계는 정책의 방향을 가리키기도 한다. 2017 사회조사는 문재인정부 정책의 추가 어디로 쏠려야 하는지를 명백히 제시했다.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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