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서윤경] 외계어 기사의 사진
전 세계로 날아든 12개 정체불명의 비행체가 보내는 의문의 신호. 언어학자 루이스는 외계인의 독특한 문자 체계를 해석하고 이들과 대화를 나눠 의도를 파악하라는 정부 지시를 받는다. 올 2월 개봉한 공상과학(SF) 영화 ‘콘택트’는 기존 SF물과 달리 대화와 소통을 소재로 했다. 예전부터 대화와 소통은 영화가 좋아하는 소재 중 하나다. 대화의 단절이나 소통의 오류로 발생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영화의 소재로 ‘딱’이었다. 오죽하면 외계인과의 소통을 주제로 한 영화까지 나왔을까.

2006년 한국은 외계어도 아닌 외국어 해석차로 시끄러웠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이들은 한국이 스크린쿼터 축소 등 4가지 문제를 미국에 양보했다고 주장했다. 미 하원이 당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 때문이다. “한국의 통상장관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4개 통상 현안을 시기적절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확신시켰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문제가 된 단어는 ‘addressed’였다. 반대론자들은 ‘양보’, TV 시사 프로그램은 ‘처리’로 해석했다. 외교통상부는 “보통 ‘적절히 검토하겠다’는 지극히 외교적인 표현”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다음 대화를 보자.

“쌀이나 농산물에 대한 재협상을 할 건가?” “쌀이요?” “쌀이나 농산물에 대한 재협상….” “쌀은 저번에도 안 했고 이번에도 안 한다. 쌀은 손대는 순간 끝이다.”

지난달 3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의 질문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답이었다. 농축산 업계는 한·미 FTA 발효 5년째인 올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개정을 요구하면서 시장 개방을 우려하고 있다.

대화는 묘했다. 손 의원의 주어가 ‘쌀이나 농산물’이었다면 김 본부장의 주어는 ‘쌀’이었다. 같은 한국말을 하면서도 불통이 느껴졌다. 지난 10일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위한 공청회에서 농축산식품 단체 회원들은 “우리 얘기는 듣지도 않는다”고 항의했다.

불통을 해소할 방법이 있을까. 앞서 소개한 영화 속 루이스가 제시한다. 러시아와 중국 등이 의사소통 오해로 외계 비행물체를 공격하려 하자 루이스가 대화로 마음을 열며 외계인과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다른 방법도 있다. SF 고전인 ‘E.T.’ 속 주인공 엘리어트처럼 외계인에게 손가락 아니 손을 먼저 내미는 것.

글=서윤경 차장, 삽화=이영은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