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홍관희] 한·미동맹과 광해군 외교 기사의 사진
11·7 한·미 정상회담이 표면적으론 양국 신뢰 위기를 봉합하고 혈맹을 복원하는 성과를 거둔 듯하다. 그러나 중국을 향한 ‘3불(不)’ 표명과 특히 한·미·일 3국 항모 훈련 반대로 동맹의 위기가 오히려 물밑에서 심화되고 있다. 현재 한·미동맹에의 최대 장애는 미·중에 대한 외교 노선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이다. 이번에 유독 기승을 부린 반미 시위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반미의 근저에 미국을 아직도 제국주의로 보는, 왜곡된 시각이 잔재해 있음을 본다. 제도권 내에서조차 한·미동맹 대신 미·중 균형이나 심지어 ‘친중·민족자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팽배해 크게 우려된다. 미국이 우리의 동맹국이며 미국의 동맹국이 일본이기에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은 불가분의 관계다. 유사시 실제 작전에서 안보 협력과 군사동맹을 구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현재와 같은 북핵 비상시에 한·미·일 3국 항모 훈련은 불가피하다. 한·일 안보 협력 없이 한·미동맹이 지속되리라고 보는 것은 단견이다. 한·일 불화는 결국 미국에 한·일 중 선택을 강요하고, 궁극적으로 한·미동맹을 위협하게 된다.

미·중 패권 경쟁의 중심에 놓인 한반도 정세를 명·후금(훗날의 청) 사이에서 고민하던 광해군 시대에 비유하며 당시의 ‘기회주의’ 외교를 모델로 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자유민주·인권의 보편 이념과 국제법·국제규범이 인도하는 21세기 지구촌을 17세기의 고립된 동북아와 견줄 수 없다.

또 명·청과 미·중은 힘의 상대적 분포가 다르다. 미국의 군사비는 세계 군사비의 절반인 6000억 달러 이상이며, 경제적 자유의 보장으로 끊임없이 경제 호황을 시현하는 세계 최강의 패권국가다. 중국은 미국의 4인분의 1인 1500여억 달러의 군사비를 지출하며 첨단 군사기술 측면에서 미국에 역부족이다. 시진핑 주석이 ‘2050년 세계 최강대국 건설’ 중국몽 실현을 선포했지만 금세기 내 미·중 간 패권 전이(轉移)를 예상하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외향적 팽창과 달리 중국 내부는 적잖은 난제를 안고 있다. 마오쩌둥의 ‘건국’과 덩샤오핑의 ‘부국’을 계승해 시진핑은 ‘강국’ 신시대를 건설하겠다는 야망에 차 있다. 그러나 중국의 권력창출 과정이 자유민주국가의 주권재민과 너무 다른, 레닌의 공산당 조직 원리인 민주집중제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2000여명의 지역대표→205명의 중앙위원→25명의 정치국 멤버→7명의 상무위원→1명의 총서기로 이어지는 피라미드 권력의 선출 절차가 민주적 투명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빵의 자유는 빵을 고를 자유를 요구하게 된다’는 역사의 법칙이 중국 권위주의 정치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논란을 일으켰던 문재인정부의 균형 외교가 ‘중·아세안·EU·러시아 등으로의 다변화 외교’를 의미하는 것으로 수정된 것은 다행이다. 미·중 쟁투가 뉴노멀이 된 오늘날, 광해군식 곡예로 현 외교·안보 난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면 위험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오(誤)인식이다.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는 강대국이 패권 추구의 속성을 갖고 있어 미·중 쟁패는 역사적 필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 주도의 연합세력에 가담해 중국의 압박에 대항하거나, 아니면 중국의 ‘전위국가’로 전락해 예속의 길을 가거나 가운데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미·일·인도·호주 등 ‘인도·태평양’ 연합이 중국의 대국굴기에 대항해 새롭게 구축되고 있다. 문재인정부 임기 중에 한국이 연합국 진영에서 일탈해 제2의 애치슨 라인을 촉발하는 계기를 제공해선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국회 연설에서 동맹국이 협박·공격받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으며, “한국은 우리가 생명을 걸고 싸워 지킨 곳”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외교가 자유민주·인권을 존중하고 약소국에도 주권평등을 보장하는 진영을 선택할 때 국가안보와 국민행복을 실현할 수 있다. 권위주의 세력에 가담해 노예의 길을 선택함은 곧 사망으로 가는 길이다.

홍관희(고려대 교수·북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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