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남혁상] 균형보다 중심이 먼저 기사의 사진
문재인정부 출범 6개월을 맞은 지금 한반도 외교안보 상황은 거대한 소용돌이의 시작점에 서 있는 느낌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한반도 문제의 이해당사국들은 핵·미사일 위협을 계속 이어가는 북한에 대응해 저마다의 자국 전략을 더욱 세밀하게 조정하거나 밀어붙이고 있다. 사실 이런 이슈는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묘한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선 북한을 보자.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부터 북한은 북측 주장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시험발사 등 도발을 계속해 왔다. 일본 상공을 넘어 쏘는 것은 물론 미국령 괌까지 포위사격하겠다는 위협을 일삼았다. 갈수록 고도화되는 미사일 기술 개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 역시 남북 또는 북·미 간 대화 분위기를 모색하기보다는 효과적인 추가 도발의 타이밍을 재고 있다는 분석이 맞을 것이다.

한·중 관계는 1년 넘게 양국 사이를 얼어붙게 만들었던 사드(THAAD) 문제를 가까스로 봉합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드 추가 배치,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 한·미·일 3국의 군사동맹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이른바 ‘3불(不)’ 원칙은 앞으로 우리 정부에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물론 이는 ‘약속’이 아니라 지금까지 밝혀온 연장선상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지만 중국 측이 이를 100%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결국 이 문제는 중국은 중국 입맛에 맞게, 우리는 우리 입맛에 맞게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3불’을 빌미로 우리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여기에 최근 등장한 ‘인도·태평양(Indo·Pacific)’ 구상은 미세하게 변화하는 한·미, 미·일 관계의 흐름을 보여주는 듯하다. 미국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 공동 언론발표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축임을 강조했다”고 적시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주창한 인도·태평양 구상은 트럼프 행정부도 최근 중국을 포위한다는 측면에서는 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명쾌하게 대응했어야 했지만 실제는 그러지 못했다. “우리가 이 구상에 편입될 필요가 없다” “우리 정책 방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발표문에는 있지만 우리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등등 얘기가 나오다 결국 “한·미 간 긴밀히 협의하면서 가능한 협력 방안들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로 정리됐다. 미국 측의 요구로 넣었을 뿐 우리가 동의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 나아가 한·미동맹을 일본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구상에 포함시키는 개념으로 확실하게 보고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한·미·일 동맹화에 대한 중국의 우려와 맞물려 언제든 폭발력 있는 갈등 사안으로 표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균형외교에 대한 개념도 앞으로 논란 여지는 남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 있는 외교”라고 했다. 나흘 뒤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우리 외교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것”이라고는 했지만 충분한 설명이 됐는지는 의문이다. 이는 자칫 도식적인 균형의 틀 속에서 외교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충분히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최악의 경우 어느 한쪽으로부터도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외교 정책과 전략은 분명하고 명쾌한 입장 정리도 필요하지만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느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데, 우리가 먼저 나서서 굳이 “균형외교를 하겠다”고 할 필요가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먼저 중심을 잡고 내실을 다진 다음에 우리 정부의 대외전략을 탄탄하게 밀고 나가는 게 우선순위가 아닐까.

남혁상 정치부 차장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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