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과 울고 웃으며 50년… 동네 사랑방된 진관교회

창립 반세기 맞은 은평구 진관교회

주민들과 울고 웃으며 50년… 동네 사랑방된 진관교회 기사의 사진
진관교회 성도들이 지난달 8일 서울 은평구 은평메디텍고등학교에서 열린 희년기념 전교인 체육대회에서 단체 줄넘기를 하고 있다. 진관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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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진관2로 진관교회(이현식 목사)는 은평뉴타운 중간에 자리 잡고 있다. 언덕 위에 위치한 교회가 그 아래 펼쳐진 아파트 단지를 굽어보는 듯하다. 늦가을 높은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북한산은 교회 뒤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교회 입지 특성상 어디에서도 접근하기 쉬운 진관교회는 실제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감당하고 있다. 교회를 방문한 지난 8일, 평일 낮인데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현식 담임목사는 “늘 볼 수 있는 모습”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처럼 지역사회 중심에 선 진관교회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창립기념주일인 지난 12일 교회는 기념예배를 비롯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주민들의 사랑방’이라는 수식어가 낯설지 않은 진관교회는 창립 반세기를 더 큰 걸음을 내딛는 기회로 삼고 있다.

교회는 50주년 기념행사를 기획하면서 교회 안팎을 두루 살폈다. 교인들만 즐겁게 웃고 떠드는 잔치에 그치지 말자는 교회 구성원의 공감대가 ‘함께 기념하는 50주년’을 기획한 동인이 됐다. 이 목사는 “이런 공감대가 없었더라도 늘 주민들과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웃과 함께하는 기념행사를 마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념행사에는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교인들은 성경필사를 하며 ‘50세가 된 교회’를 기념했다. 장년 223명과 교회학교 학생 300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성경필사를 통해 2권의 ‘필사 성경’이 탄생했다.

지난 5일과 11일에는 ‘희년기념 진관 찬양제’와 ‘희년기념 지역교회 찬양대 초청성가제’도 열렸다. 교회가 걸어온 역사를 후대에 기록물로 남겨주자는 취지에서 50년사 화보집도 출판했다. 오는 20일에는 ‘4차 산업혁명과 교회’를 주제로 목회자 포럼을 진행한다. 희년기념 교회도 건축 중이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동쪽으로 100여㎞ 떨어진 마사이족 거주지 ‘나록’에 ‘나록진관교회’가 내년에 준공될 예정이다.

지역주민 5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창립 50주년 맞이 ‘은평뉴타운 가족사랑 대축제’도 열렸다. 지난달 21일 북한산 둘레길 일대에서 진행됐는데, 주민과 교인들이 함께 둘레길을 걸었다. 문화공연을 감상하고 가족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지난 12일 교회 마당에서는 ‘이웃돕기, 사랑의 쌀 500포 전달식’도 진행했다.

이밖에도 논산 훈련소교회와 어린이재단, 해외 개척교회에 각각 1000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14일에는 은평뉴타운 일대에 거주하는 어르신 200여명을 교회로 초청해 경로잔치도 연다.

진관교회는 걸어온 50년만 기념한 것이 아니라 다가올 50년에 대한 청사진도 그렸다. 이를 위해 ‘다음세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별도로 마련했다. 오는 18일 오후 4시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가 교회를 방문해 젊은이들을 만난다.

영국 외교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주 스페인 영국대사관 부대사를 거쳐 2015년 2월부터 주한 영국대사로 활동 중인 헤이 대사는 이날 영국 성공회와 한국의 기독교, 세계 속의 한국에 대한 소신을 밝힐 예정이다.

다음세대 프로그램은 내년에도 이어진다. 내년 1월 중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방교회 학생들을 서울로 초청해 ‘서울 문화체험 수련회’를 준비하고 있다. 2월에는 말레이시아로 교회 청년부 선교여행을 떠난다. 진관교회는 국내외 선교사나 단체 60여곳을 후원하고 있다. 교회 전체 예산 가운데 30% 이상은 선교와 전도에 집행하는 게 원칙이다.

오래전부터 예산 가운데 상당액이 교회 밖으로 향하고 있는데, 교인뿐 아니라 은평뉴타운 주민 7만여명과 해외 선교지 주민이 모두 선교 대상인 셈이다. 진관교회가 ‘사람을 얻고, 견고히 세우며, 제자로 만들어 세상에 파송하는 교회’라는 비전선언문을 영구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이현식 담임목사
“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교회 되길 소망”


“1967년 11월 12일이 진관교회 창립일입니다. 진관동에 복음의 씨앗을 심기 시작한 첫날이죠. 이후 50년 동안 동네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사랑방으로 늘 웃고 떠드는 소리가 가득한 교회로 우뚝 섰습니다.”

지난 8일 만난 이현식(사진) 진관교회 담임목사는 “희년(禧年)을 맞은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감사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진관교회는 2010년 지금의 은평구 진관2로에 새 예배당을 짓기 전에도 불과 300m 정도 떨어진 가까운 곳에 자리해 있었다. 예배당 건축을 위해 잠시 통일로(갈현동)로 이사 갔던 걸 제외하면 줄곧 진관동에 있던 ‘동네 토박이’다.

“교회가 지역사회와 괴리돼 섬처럼 존재한다면 그보다 불행한 일은 없습니다. 외로운 교회, 그 자체로 비극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리 교회는 마침 언덕 위에 있어 동네를 굽어 볼 수 있습니다. 주민들도 오가며 늘 교회를 볼 수 있죠. 지역사회와 함께 새로운 50년도 함께 열어가고 싶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회가 지역사회와의 ‘드러나는 관계성’이라면 이 목사의 또 다른 목회 철학인 ‘은혜’는 내적인 성숙과 맞닿아 있다. 2008년 3월 부임해 10년째 진관교회에서 사역 중인 이 목사는 “교회를 섬기는 4대 담임목사로 교회와 지역사회에 주님께 받은 은혜를 나누는 게 맡겨진 또 다른 사명”이라고 했다. 그는 “은혜로 걸어온 반세기의 풍성한 감사를 안고 새로운 50년은 은혜의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면서 “진관교회가 오래된 것만 자랑할 게 아니라 늘 생동감 넘치는 ‘은혜의 원천’이 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3·3·3·3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프로젝트에는 ‘성장과 양육’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놓치지 않겠다는 진관교회의 비전이 담겨 있다. 이 목사는 “3000명의 예배 공동체(재적 교인)와 300명의 전도자, 30개 교회 개척, 가정·다음세대·기독교문화 등 3대 가치 세우기를 통해 건강하게 성장하는 진관교회의 초석을 닦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이 목사는 “자랑할 것이 있다”며 수줍게 웃었다. “자평일 수도 있지만 진관교회가 이 동네에서 가장 호감도 높은 교회예요. 주민들 사이에서 ‘진관교회’ 하면 ‘이웃’이라는 말이 나온다니까요….”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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