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가장 아름다운 노랫말… 루시드폴의 ‘에세이+음반’ 기사의 사진
최근 정규 8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 그는 “기회가 된다면 악기를 만들고 싶다. 내가 만든 악기로 음반에 담길 노래들을 녹음하는 것도 재밌는 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안테나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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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8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
같은 이름의 에세이집도 펴내
음반에는 서정성 짙은 음악 9곡
책에는 일상의 단상 쓴 수필 14편

5∼6년 전 일이다. 뮤지션을 인터뷰할 때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랫말을 쓰는 사람이 누구인지 묻곤 했다. 50명 남짓한 뮤지션이 설문에 참여했는데, 여러 사정 탓에 기사화되진 못했지만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인물은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본명 조윤석·42)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이들은 루시드폴이 그간 발표한 노래들을 하나씩 언급했다. ‘고등어’ ‘국경의 밤’ ‘사람이었네’…. 마음의 그윽한 심연을 희미하게 그려낸 노래들로 저들 음악을 깊숙이 뜯어본 사람이라면 그의 노래가 사랑받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루시드폴은 최근 정규 8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표지)를 발표했다. 특이한 건 CD가 동명의 에세이집 말미에 부록처럼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그의 노랫말을 좋아한다면 책에 눈길이 갈 것이고, 음악을 사랑했다면 CD부터 꺼내 들을 만한 작품이다.

13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소속사 안테나뮤직 사무실에서 루시드폴을 만났다. 무엇보다 궁금했던 건 ‘책+CD’ 형태의 작품을 내놓은 이유. 루시드폴은 “사람들이 CD로 음악을 듣지 않는 상황에서 CD만 내놓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회의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더 이상 CD는 매력적인 매체가 아닌 것 같아요. CD를 발매할 생각이라면 제가 만든 다른 무언가와 함께 내놓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행히 팬들 반응이 좋아요. 책을 읽으면서 음악을 들으니 음반에 담긴 노래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루시드폴은 독특한 행보를 걸어온 싱어송라이터다. 한때 그는 뮤지션인 동시에 전도유망한 과학자였다. 서울대 응용화학부를 나와 스위스 로잔공과대에서 생명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2009년 4집을 발표하면서 학업을 접고 전업 뮤지션의 길을 택했다.

특이한 행보는 계속됐다. 2014년에는 갑자기 제주에 둥지를 틀더니 귤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2년 전 7집을 발표했을 땐 심야 홈쇼핑에 출연해 음반을 홍보하면서 귤을 팔았다. 당시 홈쇼핑에서는 귤 1000박스가 9분 만에 모두 팔리면서 화제가 됐다.

책에는 일상의 단상을 적은 수필 14편이, 음반에는 루시드폴 특유의 서정성 짙은 음악 9곡이 담겨 있다. 수필과 노랫말이 묘하게 포개지는 부분이 많다는 게 특징이다. 책을 읽거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2975㎡(약 900평) 규모의 과수원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그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가령 수록곡 ‘한없이 걷고 싶어라’엔 비가 내릴 때 농부로서 느낀 기쁨의 감정이 녹아 있다. ‘모처럼 단비가 내리는 날에는/ 바보처럼 비를 맞고 싶어라/…/ 메마른 사랑은/ 사랑이 아닌 거라고, 속삭이는/ 저 빗속을/ 한없이 걷고 싶어라.’

루시드폴은 새 음반을 과수원 중앙에 직접 지은 2층짜리 오두막에서 만들었다. 매일 새벽 3∼4시쯤 일어나면 오두막으로 달려가 오전 11시쯤까지 곡을 쓰고 노래를 녹음했다고 한다. 그는 “내가 의도한 사운드, 내게 의미 있는 사운드를 찾아낸 느낌”이라고 말했다.

루시드폴은 책에 “노래를 듣는다는 건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함께 산책을 떠나는 일”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은 이랬다. “새삼 또 생각한다. 이 세상에 단 하나의 길만 있을 수 없듯, 모두가 같은 길을 걷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모두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그러니 하나의 노래도 모두에게 다른 노래로 남게 된다는 것을.”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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