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종교인 세무조사, 위헌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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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가 시행되면 목회자도 법에서 정한 대로 세금을 내야 한다. 소득세법에 의하면 세무공무원은 종교인이 제대로 세금을 내는지 살펴보기 위해 종교단체의 장부와 서류 등 관련 자료를 조사하거나 그 제출을 명할 수 있다.

조사 대상에는 세금을 내는 목회자 개인뿐 아니라 소득을 지급하는 교회가 포함된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 세무조사를 하고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그저 세무공무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세무조사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는 ‘정부와 종교는 엄격히 분리되며 상호 영역을 존중한다’는 정교분리원칙에 중대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위험 때문에 미국에서는 교회에 대한 세무조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세무조사를 할 경우에도 그 요건과 절차를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과세 당국은 종교 세무사찰에 대해 “지나친 우려”라고 해명한다. 그러나 이는 교회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대부분의 중소교회는 물론이고 대형교회조차도 교회 재정에서 목회자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이는 목회자가 많은 소득을 가져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교회 재정이 담임목사의 목회철학과 목회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운용되는 결과다.

그 결과 목회자 생활비로 지급되는 사례비보다 목회활동비나 선교비가 훨씬 많다. 어떤 교회에서는 거의 10배까지 이른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기독교 세부 과세기준(안)에 따르면 교회가 목회자에게 지급하는 목회활동비나 선교비 가운데 교회를 위해 사용했다는 증빙 서류를 갖추지 못한 부분은 목회자 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과세 당국은 목회자와 교회의 재정 활동 세부사항까지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중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조사권을 발동할 수 있는 셈이다. 법에서 정해 놓은 권한은 언제든지 행사할 수 있고, 교회음해 세력들의 탈세 신고와 세무조사 촉구가 있으면 세무조사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종교인이라고 해서 세금에 대한 어떠한 검증도 받지 않겠다는 치외법권적 특권을 달라는 게 아니다. 원래 세무조사는 기업을 대상으로 마련된 제도인데, 종교는 기업과는 달리 믿음의 단체이며 기본적으로 헌금으로 운영된다. 더구나 목회자들은 보수를 바라고 일하는 근로자가 아니라 하나님과 교회를 섬기는 봉사직이라는 특수성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따라서 종교와 종교인의 특성을 무시하고 기업과 같은 차원에서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자칫 세금으로 종교를 길들이는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는 의혹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이 같은 위헌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종교와 세무 당국이 협력해서 세무조사를 대신하는 ‘협의과세제도’를 눈여겨봐야 한다. 과세 당국과 종교단체 간 협의기구를 설립한 뒤 자체 검증시스템을 통해 세무 신고의 적정성을 검증하게 하는 장치다. 만일 문제가 있는 경우 보완할 기회를 제공하고 어떤 경우에도 세무공무원이 교회나 종교단체를 직접 세무조사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종교인 과세가 연착륙하려면 무엇보다도 정부와 종교가 상호 신뢰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서헌제 (중앙대 명예교수·교회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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