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미국 부자들의 ‘클라스’ 기사의 사진
초기 로마 공화정의 귀족들은 자신들이 노예와 다른 점은 단순히 신분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의무를 실천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은 고귀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게 로마 귀족들의 불문율이었다. 솔선해서 전쟁에 참여하고 재산을 군자금으로 기부했다. 로마는 자신의 재산을 들여 공공시설을 신축하거나 개보수한 귀족들의 이름을 따서 ‘○○○의 길’이란 이름을 붙였는데 귀족들은 이를 최고의 영광으로 알았다. 로마가 1000년 번영을 누리며 고대 사회의 맹주로 자리할 수 있었던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고위층의 도덕적 책무) 전통 덕분이라고 역사학자들은 평가한다.

기부왕으로 유명한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와 석유왕 존 록펠러는 처음에는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온갖 편법과 불법을 저질러 악덕 기업주로 악명을 떨치던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독실한 크리스천인 어머니의 뜻이든, 세금으로 낼 바에야 재단에 기부하려 했든, 아니면 ‘더러운 부자’ 오명을 벗기 위해서든 나중에는 자선사업가로 변신해 활발한 사회사업을 폈다. 이런 전통이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에게 이어지고 있다.

어제 아침 외신을 타고 훈훈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헤지펀드의 거물 투자가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기업인, 의사, 변호사 등 미국 부자 400여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정책에 반발해 “우리 세금을 깎지 말고 올려라”는 서한을 이번 주 의회에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은 상속세 폐지에도 반대하며 세금 깎아줄 돈을 교육이나 연구, 저소득층 의료보장에 쓰라고 했다. 우리나라 세법은 S그룹이 발전시켰다는 우스개가 있다.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간 수법으로 상속과 증여를 하면 뒤늦게 세무당국이 법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쪼개기 증여나 편법 증여로 어떻게 하면 세금을 덜 낼까 궁리하는 우리나라 부자들과는 참 격이 다르다.

글=이명희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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