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난민들에게 병원이 필요합니다”

지구촌구호개발연대 현지 답사

“로힝야족 난민들에게 병원이 필요합니다” 기사의 사진
지구촌구호개발연대 배태진 상임이사(맨 뒷줄 왼쪽)와 전병금 이사장(배 이사 오른쪽)이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촌에서 로힝야족 난민 어린이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지구촌구호개발연대 제공
“미얀마 북서부 라카인주를 탈출한 로힝야족 난민들이 방글라데시 국도 1호선을 따라서 무작정 북상하고 있어요. 도로변 곳곳이 모두 난민촌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기독교NGO인 지구촌구호개발연대 배태진 상임이사가 로힝야족 난민촌 현장 소식을 전해왔다.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은 지난 8월부터 본격화한 미얀마군의 폭력 탄압으로 60만여명이 방글라데시 국경을 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유엔 등 국제단체는 이 사태를 ‘인종 청소’로 규정했다.

배 이사는 전병금 지구촌구호개발연대 이사장과 함께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4일까지 로힝야족 난민촌이 들어선 방글라데시 쿠투팔롱을 답사했다.

쿠투팔롱 난민촌에 머무는 이들만 수십만 명에 달한다. 빈 땅에 텐트를 친 것이 전부인 난민촌에는 상하수도 시설이 전무하다. 배 이사는 “10m쯤 땅을 파면 지하수가 나오지만 문제는 우물 근처에 간이 화장실을 설치하다 보니 분뇨가 먹는 물과 섞이고 있다”며 “수인성 전염병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난민 여성들 가운데 피난 중 강간을 당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이도 상당수 있다. 학살 주범들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는 심리적 충격이 크다는 게 배 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낙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여인들이 눈물만 흘리며 출산만 기다리고 있다”며 “하지만 출산할 시설도, 자녀를 양육할 공간도 전혀 없다”며 병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난민촌에는 임시 진료천막이 몇 군데 있지만 병원은 없다. 전염병 관리를 위한 역학조사나 혈액검사를 비롯해 입원과 수술, 격리 치료가 가능한 병원 설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지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한 지구촌구호개발연대는 쿠투팔롱 난민촌에 ‘지구촌로힝야구호병원’을 설립 중이다. 이미 방글라데시 정부로부터 병원 설립 허가를 받았고 병원 부지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991.7㎡(약 300평) 부지에 세워질 병원에는 환자 70명이 입원할 수 있는 입원실과 수술실, 분만실 등이 갖춰질 예정이다.

배 이사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과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 말씀을 따르는 기독교인들이 모진 박해를 받고 있는 로힝야족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면서 병원 설립을 위한 한국교회의 관심과 후원을 요청했다. 지구촌구호개발연대는 다음달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노펠리체에서 ‘로힝야 난민 구호병원 설립을 위한 자선만찬회’를 연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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