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채수일] 종교개혁은 미완의 개혁 기사의 사진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크고 작은 많은 행사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념행사들이 그렇듯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도, 500년 전, 왜 종교개혁이 일어났는가. 종교개혁의 본질은 무엇인가. 개혁으로 추구된 가치는 무엇이고, 개혁으로 형성된 정체성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정체성이 과연 현실에서 실현되었는가, 안 되었다면 왜 안 되었는가. 그 정체성을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국교회의 개혁을 위한 종교개혁의 함의는 무엇인가. 그리고 세계 교회의 미래 전망은 어떤가 등 회고와 평가, 현실비판과 미래전망에 대한 질문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종교개혁의 본산지인 독일에서도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가지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진보적인 신학자로 알려진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개신교 신약학 교수 게르트 타이센과 튀빙겐 대학의 가톨릭 신학자 한스 큉 교수가 종교개혁을 ‘실패한 개혁’으로 지적하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타이센 교수는 루터의 종교개혁이 바울 신학, 특히 그의 칭의론 위에 세워진 것이고, 바울은 칭의론으로 유대교를 개혁하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기독교를 만들었고, 바울의 칭의론을 이어받은 루터는 가톨릭교회를 개혁하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개신교를 만들어 교회를 분열시켰다는 점에서 실패한 개혁이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 실패는 바울이 칭의론으로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의 경계를, 다시 말해 모든 민족 사이의 장벽을 허물어뜨리려고 했고 루터는 만인사제주의로 사제와 일반 신자, 성직자와 평신도 사이의 차별을 극복하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바울은 유대교의 개방에 실패했고(바울은 단지 작은 기독교 공동체를 비유대인에게 개방했을 뿐이었고), 루터는 봉건영주들의 교회권력을 강화하고 국가교회(민족주의 개신교)의 유산을 남긴 부정적 결과를 낳았다는 것입니다. 교회의 일치, 나아가 차별 없는 인류의 일치라는 에큐메니컬운동의 빛에서 보면 종교개혁은 실패한 개혁임이 분명합니다.

가톨릭 신학자 한스 큉은 종교개혁 후 가톨릭교회와 개신교 사이의, 개신교 교파들 사이의 수많은 성명서와 합의서, 제안들이 있었지만 실천된 것이 거의 없다고 지적합니다. 두 교회 사이의 진정한 대화를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마르틴 루터의 복권, 종교개혁 시대에 있었던 모든 파문의 해제, 개신교와 영국성공회의 직제 인정, 성만찬 상호 환대 등이 실천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이케 발츠 교수는 종교개혁 후 500년이 지났어도 가톨릭교회는 물론 개신교 안에서도 여전히 문제가 되는 성차별 문제를 지적하면서 종교개혁은 그런 점에서 실패한 개혁이라는 평가에서 공통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개혁은 필연적이지는 않지만 많은 경우 갈등과 대립, 대결과 분열을 초래해 온 것이 역사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몸인 하나의 교회’라는 시각에서 보면 종교개혁은 교회와 교파 분열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실패한 개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저는 종교개혁을 ‘실패한 개혁’이라기보다 ‘미완의 개혁’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에 대한 기억과 현실의 변혁은 언제나 위험한 긴장관계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일보가 시행한 ‘교회와 사회 개혁을 위한 개신교인 및 목회자 여론조사’(2017년 3월 15일자)에 의하면 한국교회 개혁실천 과제로 신도들은 ‘목회자의 권위주의 포기’ ‘자기 교회 중심에서 지역사회로의 공공성 지향’ ‘양적 팽창, 외형 중심 성장 지양’ 등을 꼽았다고 합니다. 종교개혁 500년이 되는 올해 분출된 여러 가지 개혁실천 과제가 성취되지 않는 한 종교개혁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과거에서 떠올린 개혁의 꿈이 올해가 지나면서 과거라는 기억 저장소에 그저 보관된다면 종교개혁은 유감스럽지만 참으로 ‘실패한 개혁’이 될 것입니다.

채수일 경동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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