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공통과세항목’ 불교 2개·천주교 3개, 기독교는 35개

종교인 과세 진통 누구 탓?

[미션 톡!] ‘공통과세항목’ 불교 2개·천주교 3개, 기독교는 35개 기사의 사진
기획재정부가 지난 9월 발송한 불교 천주교 기독교(개신교) 세부 과세기준(안). 천주교와 불교 과세 기준안에는 사목활동비, 보시 등 2∼3개 항목의 ‘공통’ 과세항목과 성당(사찰)의 형편에 따라 추가로 지급하는 경우로 나눠져 있다. 반면 개신교 과세기준안에는 한 곳에 30여개 과세항목이 뭉뚱그러져 있다. 국민일보DB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내년 1월 1일로 다가온 종교인소득 과세 시행을 앞두고 정부와 기독교계 간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진행된 종교인 과세 간담회에서 기획재정부와 기독교계는 큰 틀에서 합의하고 종교인 과세를 원안대로 진행할 모양새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합의 하루 만인 15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엄기호 목사)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등 기독교 단체들은 곧 시행될 종교인 과세가 종교 간 형평성을 잃었다는 항의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한기총은 과세 유예를 재차 요구하기까지 했습니다. 교계가 급격히 입장을 선회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발단은 기재부가 지난 9월 6개 종단(민족종교 제외)에 발송한 세부과세기준(안)에 있습니다. 14일 오전 간담회 직후, 기재부가 기독교 외 다른 종단에 배포한 세부과세기준안을 받은 교계 관계자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종단별 세부과세기준안에 나온 공통과세항목이 기독교는 35개, 타 종단은 3개 이하로 차이가 났기 때문입니다.

공통과세항목은 특정 종단에 소속된 종교인이라면 누구나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소득을 말합니다. 기독교 외 5개 종단의 과세기준안에는 공통과세항목이 구분돼 있고 나머지 항목은 ‘종교인소득이라고 보지 아니함’이라는 설명에다 ‘예시’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반면 기독교의 과세기준안에는 공통항목과 예시가 따로 적혀 있지 않습니다. 종교인 과세가 기독교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입니다.

교계 관계자들은 14일 오전에 이어 오후 국회에서 열린 종교인 과세 간담회에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부과세기준안은 의견 수렴을 위해 예시를 자세히 든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교계 관계자들의 불신을 풀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갈등의 원인은 사실 소통 부족에 있습니다. 교계의 한 목사는 “14일 기재부와의 간담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얘기는 정부가 말로만 하지 말고 문서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아 믿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기재부 관계자 역시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그는 “제가 설명 능력이 부족한 것인지 몰라도 과세항목 차이에 대해서 반복해서 설명해도 교계 목회자분들이 이해를 잘 못하시는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지금껏 허심탄회하게 양측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부족했기 때문에 서로를 믿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정부는 그동안 비공개 간담회를 고수하다 14일 처음 공개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정부가 떳떳하다면 왜 세부과세기준안을 기독교안만 먼저 일부 언론에 흘리고 2개월이 훨씬 지난 뒤에야 나머지 5개 종단의 기준안이 떠돌아다니고 있는지 설명이 필요합니다. 과세 매뉴얼은 다음 달이나 돼야 나온다고 합니다. 지난달 25일부터 열렸던 국세청 설명회에서는 공개 질의시간이 없었습니다. 정부의 불통 끝에 한기총은 15일 성명서를 내 “정부와 종교 간 협의체를 구성해 형평성 있게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전국적 저항운동을 펼쳐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여부를 두고 지난 6∼10월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적극적인 소통의 자세를 보였습니다. 부동산 보유세 증세 문제까지도 공론화한다고 합니다. 종교인 과세 역시 종교계와의 힘겨루기나 ‘감추기’ 대신 원전 공론화 과정처럼 열린 자세로 솔직한 논의가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글=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