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야산서 6.5cm ‘땅밀림 현상’… 주민들 긴급 대피 기사의 사진
산림청 “변화 감지 어렵지만
일본 기준으론 출입금지 수준”

“작년 경주 이은 포항 지진
양산단층 지류서 발생”
“다른 단층서 발생” 주장도

“응력 방출 사이클이라면
향후 더 큰 강진 올 수도”


포항 지진으로 인근 산지에서 산사태의 일종인 땅밀림 현상이 관측돼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서 지난해 9월의 경주 지진이나 이번 포항 지진 규모를 뛰어넘는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산림청은 16일 포항시 북구 용흥동 산109-2에 설치된 땅밀림 무인원격 감지 시스템이 전날 지진을 전후해 6.5㎝의 변동을 감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포항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통해 주민 대피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육안으로는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지만 일본 기준으로 출입금지 수준의 큰 변동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현 산림청장은 “여진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현장을 조사하고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포항과 경주는 국내 대표적인 활성단층인 양산단층대에 걸쳐 있다. 학계와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경주 지진은 양산단층과 평행한 덕천단층과의 연결부 손상으로 발생했다.

김영석 부경대 교수 연구팀은 지난 6월 논문에서 “경주 지진 이후 여진 분포가 양산단층과 평행한 단층 사이에 집중돼 있다”며 “이 단층은 경주 내남면 덕천리에 위치한 덕천단층으로, 경주 지진은 양산단층과 덕천단층의 연결부 손상대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포항 지진의 진앙지인 포항 북구는 양산단층대 북부에 위치한다. 양산단층 북부는 포항 북구, 영덕 영덕읍, 울진 평해읍 등에 걸쳐 있다. 김 교수 연구에 따르면 근래 양산단층의 북부분절이 남부분절에 비해 활동도가 더 높았다고 한다. 양산단층 일대의 추가 지진 발생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팀은 지난 6월 경주 지진 이후 변화한 응력의 분포도를 작성하며 “포항 북구, 울산 동구, 밀양 등의 지역에서 강한 에너지가 쌓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한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그 단층의 힘은 풀리지만 주변 지역에 그 힘이 다시 쌓인다”며 “이런 힘을 응력이라고 하는데 이번에 지진이 일어난 포항 일대는 경주 지진 이후 응력이 크게 증가한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조차 양산단층 주변의 지질 현황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포항 지진이 양산단층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기상청은 지진이 양산단층에서 북쪽으로 뻗어 나온 가지단층인 장사단층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장사단층의 정확한 규모나 위치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연)은 포항 지진이 양산단층과는 별개로 “기존에 존재가 보고된 적 없는 북북동 방향의 단층대를 따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들은 단층운동이 지표면까지 뚫고 나오지 못해 지진을 유발한 단층을 직접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후 여진이 발생한 지점들을 분석해 간접적으로 유추하고 있을 뿐이다.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래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5.0 이상의 역대 강진 10건 중 5건이 2014년 이후 발생할 정도로 강진 주기도 빨라졌다. 2000년대 들어 5.0 이상 강진은 2003년과 2004년 한 차례씩 찾아왔고, 10년 뒤인 2014년에도 두 차례 일어났다.

경재복 한국교원대 지구과학과 교수는 “응력이 쌓이는 시기가 있고, 쌓인 응력이 방출되는 시기가 있다”며 “어떤 이유로든 2000년대 이후 방출 사이클에 접어든 게 맞다면 더 큰 강진이 찾아올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글=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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