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권기석] 애리조나 자율주행차 기사의 사진
애리조나주의 별칭은 ‘그랜드캐니언주’ 또는 ‘코퍼(구리)주’다. 장엄한 대자연이 가까이 있고 구리가 풍부해 그런 별명이 붙었다. 현지인 입장에선 관광업이나 광업 외에 먹고 살게 별로 없다는 뜻도 된다. 대부분 지역이 사막 기후라 마땅한 산업이 발전하지 못했다. 이런 애리조나가 요즘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자율주행차의 테스트 베드가 됐다. 주도 피닉스와 인근에선 우버, 인텔, GM 등의 시험용 자율주행차 수백대가 실제 거리를 다닌다. 구글 계열사인 웨이모는 지난 7일 처음으로 운전석에 사람을 앉히지 않은 자율주행차를 피닉스 교외 도시 챈들러의 거리로 내보냈다. 지금은 뒷좌석에 직원이 동승하지만 몇 개월 뒤에는 이마저 없애고 승객을 태울 예정이다.

웨이모는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주로 캘리포니아주에서 자율주행차를 시험했다. 장소를 옮긴 건 애리조나주가 관련 규제를 완화해서다. 더그 듀시 애리조나 주지사는 2015년 8월 자율주행차 시험을 적극 지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업체 콜드스톤 크리머리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행정명령에 따라 애리조나에선 자율주행차 운전석에 사람이 앉지 않아도 된다. 자율주행차 보험도 책임보험만 가입하면 된다. 반면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는 어떤 자율주행차든 앞좌석에 의무적으로 운전자를 앉히도록 하고 있다. 애리조나의 조치에 자율주행차 기술을 이끌고 있는 미국에서도 여론이 엇갈린다. 기업은 대환영이다. 실리콘 밸리를 떠나 애리조나로 사무실을 옮기는 벤처 회사가 늘고 있다. 애리조나에선 ‘테크 붐(tech boom)’이 분다.

그러나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 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에 나오는 건 아직 이르다는 우려도 있다. 애리조나 주정부가 기업 유치에 급급한 나머지 시민 안전은 뒷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 발생한 자율주행차 사고가 차량의 시스템 문제로 밝혀졌으나 주정부는 이를 발표하지 않았다는 외신 보도가 있다. 자율주행차에 택시 기사의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이라는 두려움도 벌써부터 표출된다.

애리조나주의 실험은 규제와 미래 먹거리 사이 논란이 심화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시금석이 될 듯하다. 카우보이가 누비던 사막의 도시는 첨단기술로 번영의 기회를 얻을 것인가, 아니면 미완성 인공지능(AI)의 실험에 애꿎은 인명을 내주는 곳이 될 것인가. 자율주행차 성공 여부에 애리조나의 명운이 달려 있다.

권기석 차장,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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